술맛 기똥차던데....
등록일0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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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자 노사화합 체육대회가 실내체육관에서 행해졌다.
가족들까지 참석하여 이벤트사에서 준비한 다양한 가족게임을
하면서 푸짐한 경품을 걸어놓고 행해졌다.
집사람은 허리 수술을 마치고 병원에서 퇴원하여 현재 요양소
(산후조리원)에 맡겨놓고 혼자 행사에 참석했다.
작년 이 대회에서는 릴레이에도 내가 뛰었고 집사람도 참석
했는데 올해는 짝잃은 비둘기마냥 혼자 우두커니 관람석에
앉아 맥주캔이나 박살내야 했다. 마눌의 부탁도 잊은 체..
매번 행사라고 하면 촛삐가 되어 건들거리면서 다니지 말고
이번에는 제발 술을 마시지 말고 깨끗한 얼굴로 있다가 마치면
자기가 있는 산후조리원으로 오라는 부탁이었다.
그 부탁.. 행사 시작하기도 전.. 체육관에 도착하자마자 깨어
졌다. 직원들 중에 준비요원이 먼저 도착하여 음료수.. 음식
들을 우리부서가 배정된 자리에 옮겨놓고 맥주는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에 넣고 얼음덩어리를 넣어 시원하게 만들어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왕거이가 술을 좋아 한다는 것을 모르면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 음식을 지키고 있던 직원이 시원한 것 있습니다 면서
김이 하얗게 서린 맥주캔을 왕거이 코앞에 내 놓는데..
마눌의 약속은 벌써 까맣게 잊혀진지 오래고 수류탄 안전핀을
빼듯 캔따개를 뚜닥딱 딴후에 갈증에 목이타들어가는 황소
물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맥주캔 한통이 거들나자 이제사
집사람이 이야기한 사실이 생각났지만 알았을 때에는 벌써
깨어진 추바리요.. 송아지 물건너 간 후였다.
에라 모르겠다. 이말 마신것 공짠데 본전이고 뭐고 없으니 실컷
마셔나 보자.. 가만히 둘러보니 맥주캔 박스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데 술떨어질 걱정 없고 물만난 고기요... 옹녀만난 변강
쇠라.. 지난번에 테니스 치다가 장단지 인대가 파열되어 이제
겨우 걸을 만하니.. 이핑계 저핑계로 게임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 까짓꺼 공짜배기 맥주나 배가터지도록 마셔야 겠다고
생각하고 관람석 뒷쪽 남자 화장실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다.
하이고 그런데 술맛이 기똥차게 좋네.. 이벤트사에서 다양한
준비를 했는데.. 우리팀만 나가면 우승 아니면 준우승이라..
기분째지게 즐기면서 술을 마시니 술도 취하지 않는기라..
그리고 술 못 마시도록 말리는 마눌도 옆에 없으니 눈치볼일
없어서 좋고..
그런데..
오전 행사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니.. 마누라 안 데리고 온넘
서러워서 어디 밥 묵겠나! 그 많은 사람들이 한테 섞여 있어도
저거 마누라 저거 자식은 잘도 찾아서 도시락 배급받아 체육관
밖 그늘나무 밑에도 옹기종기.. 체육관 복도에도 옹기종기..
여기저기.. 사방팔방.. 이곳저곳.. 눈만 돌리면 짝지들끼리
모여서 서로 먹여주고 닦아주고 잔잔한 미소까지 주고 받고..
마눌 안데려 온놈 눈꼴사납고 배알이가 터져 주글지경인데..
시계 붕알같이 와따리 가따리..
이리 저리 둘러보니 한달전에 장가간 직원놈이 저거각시랑
둘이 다소고시 앉아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옳다.. 내자리는 조 각시옆이다. 생각하고 각시옆에 다짜고짜
앉고서는 직원보고 술도 고프고 배도 고프고 사랑도 곺다..
말하니 먹던 젓가락 집어던지고 도시락이랑 반찬.. 맥주캔..
평소에 쇠주를 더 좋아했으니 소주도 두세병 갖고 왔다.
도시락 하나를 비우고 맥주도 서너캔을 들이키니 배가
어미돼지 배같이 뽈록했다. 배를 퉁퉁 두들기고 있자니..
늙수룩한 계장들이 지나가면서 이제 우리하고는 식사를
안 할라카는가뵈... 요칸다.
요렇게 젊은 새댁하고 밥 먹고 술 먹어야 소화도 잘되고
엔돌핀이 팍팍 생기고 마음이라도 젊어지는데 뭘라꼬 할마시
하고 밥묵노!! 왕거이 요렇게 속으로 말했다.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행사장 밖에 주차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니 몸은 복더위에 축 처진 황소부랄같이 무겁게 느껴진다.
비록 약속은 어겼지만..정신을 바짝차리고 음성을 가다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누라한테 전화를 때렸다.
체육행사를 마치고 방금 집에 도착했따..열심히 경기를 했더니
(술마시며 목꺽는 것도 운동 아닌감!!) 쪼매 피곤한데.. 지금
차몰고 갈까? 니깐.. 술은?하고 묻는다.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씨게이 암뽕만큼 마셨다...니깐 그럼 피곤할텐데 집에서 쉬고
내일 보잔다.
얏호~
후다닥(마루에서 방으로 뛰는소리)~~~
콰당(문닫는소리)
휙~ 벌러덩(침대에 풀쩍뛰어 자빠지면서..)
푸우~~드르릉.. 푸우~~드르릉..

너무 재미나게 잘 쓰셨어요.
직접 본것보다 더 재밌습니다. [06/11-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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