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꿈도 희한한 꿈을 꿨다
멀지도 않은 가까운 곳에 마누라 혼자 놔두고 집구석에 애들하고
다리 쭈욱펴고 잘려니 마음 한켠이 장단지에 쥐나듯 찌리찌리하다.
그래도 성질 개떡같은 남자를 서방이라고 아무리 지 랄 염 병을 떨어도
다 받아 주던 아내가 아니던가.. 산후조리원이라 덥고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후다닥 집에 가서 훌떡 벗고 디벼져 자던지 모로누워 자던지
새우같이 옹도굴써 잠을 자면 세상천지 좋겠지만..양심고운 왕건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일요일 저녁에 마눌 옆에 붙어서 간병 할 것도
없지만 간병하는 척이나 하려고 버티고 있었다.
저녁밥도 산후조리원 식당에서 같이 먹자는 것을 사양했다.
점심 때 삼계탕을 식당에서 먹었는데.. 산모들은 찬바람 들어마시면
안되는지? 가뜩이나 날씨가 더워 오뉴월에 소불알같이 몸이 축 들어지는데
뜨뜻하게 난방까지 해 놨으니 삼계탕 국물이 왕건이 얼굴에서 쏟아지는
육수 때문에 아무리 퍼 마셔도 줄지 않더라(이건 너무 과장인가?)
집사람이 혼자서 식사하고 오면 왕건이는 조리원 앞에 있는 영양탕
집에 가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보신을 좀 하려고 아내가 식사를 마치고
올 때를 기다렸다.
뜨뜻한 육수와 살코기를 양념에 찍어 먹으니 이거 뭔가 빠진 것 같고
똥누고 엉덩이를 안 닦은 것 같이 찝찝하다. 주인 아줌마를 슬쩌기
바라보니 맛 좋고 영양가 있는 살코기는 혼자 다 드셨는지 백금녀와
방실이를 합쳐놓은 것 같다.
그렇다고 '아줌마 똥돼지 비스무리하구마' 요 캤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고 '아줌마.. 건강미가 넘칩니다 얼굴 피부도 곱고'(일단 얄랑방구를
뀌고 나서) '손님이 남기고 간 쇠주 쪼매 없습니까?' 물으니.. 남겨 놓은
그런 쇠주는 없고 한 병드시고 돈이 없으면 외상 하란다(흐흐 왕건이 언제
봤다고 외상 하래!)
티비를 켜니 우루과이와 한국의 축구 게임이 시작되었다.
쇠주 한잔 마시고..살코기 안주를 양념에 푸욱 찍어서 꼴까닥 삼키고..
느긋하게 축구게임을 관전 하는데.. 도대체 볼을 갖고 있기는 한국선수들이
많이 갖고 있는데 상대편 골문이 열리지 않는다. 골이 들어가야 직성이
풀릴텐데..
차돌이도 저그아부지 한창 날릴 때 처럼 공을 투욱 차놓고 상대방을
재치고 들어가는 시원한 맛이 없고 최영수도 일본에서는 잘 하는 것
같더니만 한국 국가대표로 뛰어라 카면 주눅이 들었는지 헛발질만 해댄다.
우루과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한 골을 허용하니 왕건이 입에서는 시 불랑
니불랑 욕이 실실 튀어 나온다.그리고 술잔이 비워지는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 후반 들어서 또 한 골을 허용하니 더 이상 보고 싶은 맘이 없다.
정나미가 떨어진다.
마눌한테로 돌아오니 마눌은 잠이 들어 있었다.
병원에서 한달치 약을 타 왔는데 그것을 먹으면 잠이 쏟아 진단다.
하이고 잘 됐다. 술냄새 난다고 싫어 할텐데 잠을 자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산후조리원이라 건물 전체가 뜨뜻하게 해 놨는데..
술까지 마셔서 몸의 열기가 팍팍 올라오니 더워서 잠을 청할 수가 없다.
방에 조그마한 창문 하나가 있는데 창문을 열어놓고 얼굴을 갖다 대니
더위가 좀 가라 앉는다.
요를 깔고 누워있는 마눌 곁에는 도무지 더워서 붙지 못하겠고 웃통을 벗고
장판 위에 누우니 그래도 좀 낫다.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는가 본데..
답답하여 잠에서 눈이 떠졌고 시계를 보니 이제 자정이 조금 지났다.
클났다 싶다. 어쿠야~ 이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생각하니 태산이 걱정이다.
아니지 걱정이 태산이다. 아직도 마눌은 쿨쿨 덥지도 않은지 이불까지
덮고 잔다.
새벽이 되니 약간 기온이 내려가는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누워서 천정을 쳐다보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
우리 딸냄이가 우물가에 놀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이고 중학교때
절친했던 내 친구가 보였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물에 빠지지도 않은 우리 딸을 친구에게 건져 달라고 내가 부탁을 했고
친구는 넓고 깊은 우물로 뛰어 들어갔는데..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컴컴한 우물 속을 들여다 보니 무섭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전지를 두루박 끈에 묶어 물속에 넣으니 우물 속이 훤하게 보이는데..
친구놈이 깊은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두루박 끈을 내려도 시간만 자꾸 흘렀지 속수무책이었다.
겁이 덜컥났다. 내가 요청을 하여 물속에 뛰어 들었고 나로 인하여
죽음을 당했으니 이것은 간접 살인이다. 정신없이 도망을 가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양 손으로 땅바닥을 긁으며 도망치려 해도 수레를 끌듯이 달려지지가
않는다. 혼신의 힘을 쏟고 고함을 지르다가 눈이 떠졌다. 식은 땀인지
더위 때문에 흘린 땀인지 베개가 흠뿍 젖어 있고 아직도 눈에는 친구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었다.도대체 뭐 때문에 이러한 꿈을 꾸었는지..
기분이 말이 아니다.진짜 똥밟은 기분이다. 머리가 찌끈찌끈 쑤시고 무겁다.
아내에게 어디 나가지도 말고 몸조리 잘 하고 있어라 부탁하고 새벽같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와서 잠자고 있는 아들 딸을 깨워 아침 식사를 하고
애들에게 조심해서 다녀라고 당부를 하고 회사에 출근을 했다.
아무래도 꿈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각 계에 전화를 하여 오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히 안전 사항을 잘 지키고 조심하라고 책임자에게
당부를 했다.
예전에 꿈자리가 사납고 나서 괜찮겠지 하고 태머심하다가 우리 부서에서
안전 사고가 난 기억이 있어서 요즘은 꿈자리가 사나우면 어미닭이 허공에
날으는 솔배기를 보고 날개를 펴서 병아리를 감추듯 내 주위의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비록 왕건이가 미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안녕을 빈다. 좋은 것이 좋다고.... 현우: 어떤 사람은 자기가 축구경기만 보면 지기때문에 지난 축구 경기에 축구를 안보려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습니다 조금은 다른비약일런지 모르지만...우짜든 조심하세요 조심이 가장 큰빽이랍니다 [06/1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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