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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산꾼의 치악산 산행기(2)

등록일03-07-03 조회수103 댓글0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가 아직도 나를 몽롱하게 하지만 산행기를 마쳐야 된다는 거룩한
사명감에 찬물적신 손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수험 앞둔 고시생의 비장함과 같은 맘으로
이렇게 글을 이어 가고자 한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지치는 느낌이다.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 일행 모두의
얼굴은 땀으로 얼룩지기 시작하고.매표소가 보일 무렵 내 눈이 계곡아래 물레방아 식당의
평상을 가득 담아 올리고 있음을 눈치챈 재주님이 얼른 표 끊으라 독촉한다. (.....ㅠ.ㅠ)

누군가 동조해줄 이쁜 아줌씨만 있다면 산행길 포기하고 평상에 마주 앉아 머루주 다래주
앞에 놓고 감자전에 도토리묵 안주 삼아 시조한수 읊으며 세월을 잡아 보련만~~~

구룡교 앞 거북바위 약수 물이 목 줄기를 타고 내리며 서늘함을 전해온다
다시금 신발 끈을 동여매고 힘찬 발걸음을 옮기니 구룡사 원통문이 눈앞이라
곧게 뻗어 오른 금강송림사이로 시원한 계곡 물 소리가 마음마져 상쾌하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흥얼대는 노랫가락에 맞춘 양반걸음도 오래지 않다
산보하듯 옮긴 걸음에 일행은 점점 시야를 떠나고 홀로 미아될까 두려움에 서둘러 발걸음
재촉하니 숨소리는 야밤의 신음소리요 흘러내린 땀은 샤워줄기더라

서기668년 신라 문무왕 8년에 의상대사가 지었다는 구룡사의 빛 바랜 단청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잿빛 건물이 낯설게 다가온다
부릅뜬 四大天王(持國天,廣目天,增長天,多聞天)의 눈길을 피하며 내려올 적 합장을 맘속으로
약속하곤 잰 걸음에 지나치니 동행한 뭇 중생(?)을 구제하려는 큰 마음을 부처님도 아시리라.

서늘하리만큼 깊게 푸른 구룡소에 도착하니 홀로 남아 긴 세월 고뇌하다 승천했다는 용의
전설 속으로 외로움에 지친흔적이 서글픔처럼 다가오기에 한 순간 내가 그 용이었던가 싶어
깊은 상념에 빠져본다.

먼 옛날 내가 살던 고향집(구룡소?)엔 이제 나는 없고 찾아온 물고기가 주인되어 노니니
삶이 다 이럴진대 무엇이 욕심이랴(.............???????....ㅋㅋ)

c04405.jpg....구룡폭포와 구룡소

잠시의 회상을 뒤로 하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할 때 바닥에 까만 것은 오디가 분명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데 치악산이 대수냐.
이슬 머금은 자연을 두고 그냥 간다면 예의가 아닌 듯 하여 가지를 흔들어 떨어진 오디를
대강 흙 떨고 입안에 털어 넣으니 부드럽게 전해오는 맛이 첫 키스보다 달콤하다.

세렴폭포를 비껴 가며 구룡계곡과 사다리병창을 지나는 두 갈래로 갈라지기에 초보 산꾼 주제에 고민하는 척 안내판을 들여다보는 사이 선두의 구름선배님은 가파른 계단을 주저없이 힘차게 밟고 오르시니 뒤에 쳐진 내게 선택의 여지가 없으렷다.

고개들어 위를 보니 까막득이 계단이 이어져 있다.
어이구 소리가 절로나며 과연 정상까지 갈 수 있을려는지 도무지 자신은 없지만
어깨에 걸쳐진 배낭을 다시금 바짝 조여 매고 힘차게 첫 발을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3편에 계속)...............



211.104.99.230 눈송이: 치악산 문턱까지 갔다가 비때문에 눌러앉아 놀아버렸는 데
훤하게 눈에 보이는듯한 하늘님의 서술 덕에 나도 까마득한 계단 올려다보며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쭈욱 건필하세요.수험생의 각오로...  [07/03-10:01]
218.147.51.129 왕건: 댓글... (달았따)  [07/03-17:04]
61.255.146.236 현우: 세련되었다...삽화랑 넣고..혹시 삼실직원한태 부탁해서 올린건 아니제?  [07/03-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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