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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등록일03-07-21 조회수87 댓글0

근년에 와서 장마비가 예전 어릴 때 내리던
장마비보다 더욱더 줄기차게 많이 내리는 것 같다.
(내 느낌이 틀리는지 몰라도..)

어릴적에..
여름철에 낮으막한 야산에 친구들과 함께 소먹이러 가서
매미도 잡고 소똥구리도 잡고 정신없이 놀다가 보면

멀리서 대포터지는 소리같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번쩍 번쩍 섬광이 비취고.. 서쪽 하늘부터 먹구름이 몰려
하늘을 덮으면서 주위는 컴컴해지고 굵은 소나기가
마른 대지에 총탄을 퍼붙 듯 내리고.. 귀를 찢을 듯한
천둥소리에 꼬맹이 우리들은 겁에 질려 잎이 무성한
오리나무 밑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오들오들 떨고 있노라면
언제 천둥과 번개와 소나기가 내렸냐는 듯 태양은 얼굴을
내밀고 소나기는 장수가 군사들을 이끌고 적을 향하여
진격하듯 동쪽 하늘로 사라진다.

잠시동안이나마 무더운 열기를 식혀주고 소나기는 떠난다.
젖은 옷은 태양의 열기 속에 순식간에 말라버린다. 하늘은 맑게
개이고 일곱색의 휘황찬란한 무지개 다리가 하늘에서 땅까지
드려졌는데 요즘은 우리 아들 딸들에게 무지개를 구경시킬 수가 없다.

인간들이 사악하게 헐뜯고 저주하고 질투하고 혐오해서인지
비온 후에도 무지개가 나타나지 않는다.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학교에서 배운 빨주노초파남보를 익히던 그 시절이 무지개를
보던 마지막 세대란 말인가!

그 시절만 해도 요즘과 같이 수풀이 무성하지 못했다.
산림이 우거지지 못하고 뻘건 대머리산들이 많았다. 소나기가
퍼붙고 나면 갑자기 뻘건 황톳물이 흘러내려 개울을 뒤덮었다.
산이 벌거숭이라 물기를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흘러 보냈기에
흙탕물은 순식간에 냇물의 수위를 높였고 요즘같이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교량이 없고 징검다리로 건너던 터라 불어난 물에 징검
다리도 잠기고 소먹이러 갔던 어린 꼬맹이들은 집에 돌아 오려면
물을 건너기는 건너야 하고 위험한 짓이 아닐 수 없었다.

물이 황톳물이라 바닥이 보이지 않아 깊은지 낮은지 알 수가 없고
넘실대는 황톳물은 어린놈들을 삼킬 듯 겁을 주면서 흘러갔다.
옷을 벗어 머리에다 묶고 소꼬리에 매달려 물살에 밀려 동동
떠내려가면서 내를 건너던 아련한 어린 시절이 솔솔 떠오른다.
<소는 헤엄을 잘 친다. 농사짓던 소가 근육이 발달되어서
그런지 깊은 물에도 정말 헤엄을 잘 쳤다. 요즘 육우들은
어쩔지 몰라도?>

어릴 적에 내리던 비는 추억속에 향기를 품어내고
지금 내리는 지루한 장마비는 괜히 수심만 차게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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