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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앗아간 행복

등록일03-09-20 조회수86 댓글0

사람은 적당히 나쁜짓도 하고 남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보다
착하고 좋다는 주위로 부터 평판이 자자하면 그 사람은 장수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요절하는 수가 생긴다 이 말이다. 악마가 시기를 하는지... 하늘이 질투를
하는지.. 착한 사람을 일찍 데려간다. 이것은 나의 억지주장인지 몰라도
무식한 나는 그렇게 믿고 주장할 수 밖에 없다.

사라호 태풍보다도 풍속이 강했다는 이번 태풍은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주고
사라졌다. 농어민들에게 실의에 빠지게 만들었고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농촌 들녘과 과수,채소밭 할 것없이 황폐하게 만들었고 도시 농촌을 불구하고
수풍마가 핥키고 간 자리는 쑥대밭이 되었다.

우리 회사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24시간 쉬지않고 돌아가는 회사인데..
한전이 태풍에 무기력하게 정전사고가 나 버리고 한전의 전력으로 공장을 가동
하던 우리 공장은 도미노게임을 하듯 속수무책으로 주져앉고 말았다. 그것도
한 밤중에 일어난 일이다.

추석 연휴라 운전요원과 필수요원만 공장을 지켰고 대다수 직원들은 고향으로
추석명절을 보내기 위하여 떠났고 또한 야간에 당한 직격탄이라 자연이 숨을 죽일
때 까지 우왕좌왕하며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하여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명절을 보내기 위하여 고향에 왔다가 태풍을 만났고 사실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메스컴을 통하여 전해 들었지만 비바람이 조금 몰아치다가 말겠지 하며
안이하게 생각하고 대구에서 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내 생에 이렇게 세차게 바람을 동반한 태풍은 처음으로 경험했다. 피해를 많이
줬던 태풍 셀마도 이번만큼 강하진 않았다. 셀마가 왔을 때 공장에서 건설중이던
탱크가 찌부러지고 컬럼이 주져앉고 했지만 이번만큼 강하지 않았고 정전사고를
이렇게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고압 고온의 공정이 가동중단이 되면 여러가지 동반되는 문제가 발생되고 자동차
시동을 걸듯 쉽게 단시간에 정상화 되어지지가 않는다. 거미줄 같이 엮어진 방대한
공장이 연쇄적으로 꺼지면 막대한 에너지 손실과 생산 지장에 따른 판매 손실이
발생하여 매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재산적인 손실은 열심히 복구하여 조기 정상화 시키고 생산가동을 최대화 하면
만회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인명의 손실을 만회 할 수가 없다. 한번 가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생명이다.

이번 복구 과정에서 가장 큰 손실은 동료 하나를 잃어 버렸다. 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부서에 근무하던 젊은 친구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엄청난 아픔을 맛봐야 했다.
태풍으로 정전되는 과정에서 공장의 한 장치가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 장치를 조기에 정상화 하기 위하여 현장확인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당했다.
휴가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이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와 화재현장을
검사하던 중 잔류전류에 의하여 감전되어 절명했다.

업무상 나와 관련이 많아 항상 자주 접했던 젊은 친구다. 일이 어렵거나 힘들어도
괴로움을 표현하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던 해맑은 젊은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점심시간전에 세면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후 세시도 되기전에 엠브란스에 의해 실려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에 어린 딸 아들을 두고 어떻게 떠났을까?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아 해결을 척척 잘도 해내던 젊은이였는데.. 떠나고 나니 그대가
없이 비워놓은 자리가 너무가 넓다는 것을 느낀다. 과연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는
그 사람이 자리를 비워보면 알아진다. 며칠 비워놓아도 찾지도 않으면 그 사람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하루를 비워도 빈 공간이 너무 넓게 느껴
지면 그 사람은 자기의 위치를 굳건히 다지는 사람이고 업무를 충실히 했던 사람
이다.

예로 부터 외동 아들이나 성품이 착하고 인물이 좋으면 단명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주위로 부터 착하고 일 잘한다는 평을 받던
젊은 친구는 한줌의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갔다. 누구나 언젠가는 한번은 가야
할 길이라지만 불의의 사고로 절명한 젊은 친구를 생각하면 나이가 아깝고 남은
처자식이 가련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좋은 곳으로 가서 편안하게 안식하리라..
믿고 싶지만 그래도 불의로 떠나버린 그 친구가 못내 아쉽다.
삼가 명복을 비는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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