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의 가을이 깊어갈때(중)
희미하게 잠속으로 파고들며 핸드폰 경고음이 울린다.
산골추위에 새우처럼 몸을 움츠리곤 이불을 덮어쓰다, 소스라쳐 놀라 시계를 보니 새벽5시를 조금 넘기고 있다.
분명 어제 5시반에 맞춰놓았건만...다시금 확인해보니 배터리 갈아달라는 소리였다.
더 이상 잠은 오질않는다. 실눈뜬채 오늘의 산행을 걱정해본다.
치악산 이래 1,000 이상의 산행은 처음이라 행여 뒤쳐져 일행에 폐가 되진 않을런지......
5시 반 알람에 맞춰 일행을 기상시켰다.
어제의 숙취와 짧은 수면으로 덜깬 눈을 부비며 모두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침준비를 하는 몇몇을 남긴채 일행을(구름님.등나무님,예림님) 독촉하여 방아다리 약수터로 향했다.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않은 산길을 헤드라이트로 가르며 달릴때 양옆으로 펼쳐지는 주변풍광은 절로 감탄사를 내뱉게하더니 약숫터 초입부터 시작된 전나무숲이 1Km 이상 계속되며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냄에 뱃속깊이까지 차오르는 신선한 나무내음을 놓칠세라 절로 코를 벌름거린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것이 억울하기만 한데.......
방아다리 약수터...오래전 불치병을 앓던 노인이 삶을 포기하려다 이곳에 이르러 잠을 자던중 꿈에 나타난 산신령으로 부터 누워있는 자리를 파보라 하여 있는 힘을 다해 파헤치니 그곳으로 부터 맑은 물이 솟아올라 그 물을 먹고 씻은듯이 병이 나았다는 유래가 전해오는 이 약수에는 탄산, 철분 등 30여종의 무기질이 들어있는데, 특히 많이 함유된 철분은 위장병, 빈혈증, 신경통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약수터로 향하는 전나무 숲길
혀끝에 감지되는 탄산의 터짐에 움찔하며 한모금 약수를 넘기니 몸안의 모든 병을 씻어낸 듯하다.
조금씩 밝아져오는 여명을 마주하고 숙소에 도착하니 작은별님이 직접 재배했다는 무공해배추로 끓인 된장국이 반갑기만하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오대산으로 향했다.
어느덧 밝게 도색된 가을 아침을 자욱한 안개가 뒤덮고, 양옆으로 펼쳐 올라간 숲길은 일행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오대산 매표소를 지나니 비포장길이 이어지고, 덜컹대는 차창밖으로 펼쳐진 단풍은 마침 틀어놓은 신계행의 가을사랑에 맞춰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얼마못가 차량의 진입을 막는 주차요원의 유도에 따라 갓길로 주차를 시키곤 도보이동을 시작했다.
아직 3km여를 더가야 하는데.....등산객에 단풍놀이 인파가 더해지니...벌써부터 올라갈 길이 걱정된다.
드디어 상원사 입구에 도착, 일행은 기념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상원사를 지나며 왼쪽으로 좁은 계류가 흐르고 아름드리 전나무 숲이 울창하더니
사자암 근처에 다다르니 갑자기 급한 계단길이 시작된다. 난 계단이 싫은데...ㅠ.ㅠ
십여분 계단을 따라 오르자 상원사 뒷길로 부터 이어진 산길이 합류된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준비해온 물을 마시며 갈증을 해소시켰다.
사자암은 보수공사중인지 헬기로 공수해온듯한 포크레인과 전동공구의 소음에 섞인 주변이 어지럽기만 하다.
사자암에서 적멸보궁으로 이르는 길도 계속 계단길이 이어지지만 경사는 다소 완만해 보인다.
벌써 산꾼이 되어가고 있는걸까?...가슴까지 차오르던 숨을 이기지 못하고 십여분이 멀다하고 쉬던 내가 아니다
이제는 주변경관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 내자신이 대견스럽다.
적멸보궁에 못미쳐 "용안수"라 불리는 약수터가 있었지만 솟는 물이 적어 차례를 기다리기 벅차 포기하고 말았다.
비로봉으로 오르기전 잠시들른 적멸보궁엔 참배객으로 가득하다.
적멸보궁은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중국오대산에서 기도하던 가운데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얻은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불교의 성지라 한다.
잠시 스님의 불경소리에 빠져있다 계단을 내려와 비로봉으로 향하는 능선으로 접어들었다.
비로봉까지 1.5km. 길은 잠시의 내리막을 지나 계속 오르막이다.
능선길이기는 하지만 워낙 숲이 울창해서 주변의 경관을 볼 수가 없다.
거의 하늘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빼꼭히 메운 전나무와 이름모르는 나무가 주종을 이룬 이 숲은 비로봉을 거의 다 올라서야 낮은 관목으로 바뀌는데 그처럼 숲이 울창하기에 옛부터 오대산 숲에 대한 예찬이 많았지 않았나 싶다.
다시금 시작된 계단이 몸을 지쳐들게 하고 등줄기로 흐르는 땀이 내를 이뤄갈 무렵 일행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밤새 얼려논 막걸리가 목줄기를 타고 내리며 소름끼칠만큼 전율을 전해온다.
이 맛이다.........산행으로 지친 몸에 이보다 더좋은 회복제가 어디있으리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서늘하게 와닿는 젖은 등산복에 움찔하며, 산행전 배낭에 넣어둔 쟈켓을 꺼내들게 만들고만다.
...................하편에 계속
PS....필자의 압축실력이 모자란 관계로 당초 예정보다 연장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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