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날씨가 쌀쌀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낮에는 땀이 날 정도로 더웠는데..
시베리아의 한랭기온이 남하한 모양이다.
나무 사랑방 우리 가족들.. 조석으로 기온차이가 심한데 건강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술도 대충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놈도 요즘 누가 특기가 뭐냐고 물으면 회사 나가는 일이고..
그럼 취미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음주라고 대답한다면 미친놈이라고
하겠지?
그런데 여름 장마처럼 지루하게 계속되던 바빴던 회사 업무를
마치고 나니 그 동안 자주 접하지 못했던(?) 술 업무가 나날이 닥친다.
그저께는 사무실 계장들과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느라 욕봤다고
한잔 걸쳤고 어제는 나보다 높은 상전이 욕봤다고 한잔 낸다 해서
물귀신한테 끌려다니 듯 천방지축 돌아 다녔다.
상전하고 술자리에 앉으면 별로 재미가 없다 이놈의 성질이
개떡같아서 그렇겠지만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상전에게
나긋나긋하게 대하지 못했다.
청바지 물에 담근다고 보들보들하지 않듯 이놈의 성질도 천성이
그런지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는다. 환갑 전에는 고치기 힘들 것 같다.
오늘은 또 월례회의가 있어 직원들과 또 한잔을 걸쳐야 한다.
세달 넘게 휴일도 없이 고생한 직원들과 술자리에 만나게 되는데
어찌 한잔의 술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50명에게 반잔씩 받아 마셔도 25잔이다. 두 홉짜리 병으로
서너 병은 될성싶다. 내일은 병원에 정기 종합진단을 받는 날이다.
삼일 연장으로 술을 마시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면 틀림없이
재검이다. 아마도 이렇게 의사소견에는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당신의 피는 피가 아니고 알코올이다라고..
밥은 바빠서 못 먹고 떡은 목에 떡떡 막혀서 못 먹고 죽은 죽어도
못 먹고 술을 술술 넘어가니 잘 마신다고 어느 술꾼이 이야기
했다지만 술 마시는 것도 보통 고초가 아니다.
남들은 술도 담배도 잘도 끊던데.. 이놈은 담배는 끊었지만
술은 가위로 싹둑 끊을 수 없는 액체라서 그런지 몰라도 끊어지지
않는다. 아니 끓으려고 노력도 해보지 않았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술 없이는 못 산다고 어느 애주가가
말했다지만 왕건이는 그렇게까지 술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분위기에 따라 마시고 분위기에 따라 취한다.
사람 좋다는 소리 듣는 사람치고 술 못 마시는 사람이 없다.
요즘같이 실리를 너무 따지는 각박한 사회풍조 속에서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날아가는 새도 좋다는 간도 쓸개도 없는 술꾼들이 좀
섞여서 살아가야 살기만 감도는 사회에 생기가 풍겨 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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