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날의 단상(斷想)
요즘 애들은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이 보이지만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빈곤하게 살아간다.
신체적인 성장은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견디며 자라온
우리들 보다 훨씬 건장한 것처럼 보인다.
키도 크고 몸매도 비대해졌다. 음식문화가 서구화됨에 따라
칼로리의 과잉섭취로 비만한 애들이 많이 눈에 띤다.
그러나 항상 바쁘다. 인터넷시대에 걸맞게 바쁘게만 살아간다.
자연미가 없다. 순수한 맛이 없고 자연을 벗하는 서정적인
추억이 없다는 것이 빈곤이며 불행이 아니고 무엇이냐!
공부의 노예가 되어 허덕이는 요즘 학생들이 불쌍하다.
학교공부를 마치면 학원, 개인과외 등 한창 잘 놀면서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장 해야 할 나이에 공부벌레가
되어 살아 가는 것이 안타깝다.
시간이 나면 피시방에 들어가서 딱딱한 기계와 마주앉아
희희 낙낙하며 보내는 것이 고작이다. 그것도 자유롭지 못하고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잠시 공부에서 벗어나서 한눈 돌리는
시간이다.
초등에서 고등까지 죽자 살자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그것이 끝인 것처럼 그 동안 놀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태평세월을 보낸다. (모두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노력하는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요즘 대학을 나오면 무엇을 하나? 취직이 되지 않는다.
내 조카도 하나 있는데 가능한 대학 졸업을 늦게 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휴학을 내고 군대에 갔다 와서 복학을 하였다가
졸업학년이 되어 또 휴학을 내놓은 상태다. 왜 그렇게 휴학을
내야만 하는가? 졸업을 하고 취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취업 문을 꼭꼭 닫고 열어주지를 않는다.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장을 기업의 장들은 싫어한다.
노사의 첨예한 대립으로 골머리 아픈 것을 회피하려고 한다.
누가 좋아하겠는가? 벌건 리본을 머리에 불끈 동여매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당장 멱살이라도 잡고 때릴듯한 표정으로 시위를
하는데 좋아할 기업주는 없을 것이다.
기업주와 노동자와의 불신이 서로의 마찰을 낳게 한다.
기업주는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하고 이윤을 자기의 배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정한 분배와 노동자와 경영자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항상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기업주는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그 어려움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뽑아 인력감축을 제일 선봉장으로 내 세운다.
사람을 칼로 목을 베어서 단숨에 죽이는 방법도 있지만 실업자로
만들어 서서히 죽이는 방법도 있다.
내 가족 내 식구가 나 하나에 의지하여 나만 쳐다보고 살아
간다고 생각해 보라. 특별히 모아놓은 재산도 없고 다달이 받는
봉급으로 살아가는데 어느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를 받았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앞이 캄캄하겠는가?
다 큰 자식들이 취직도 못하고 빈둥거리고 있는데 그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보라.
희망이 좌절로 변하고 절망의 늪에서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막혀서 죽느니 높은 빌딩에서 새같이 허공에 몸을 던져 영혼을
새같이 하늘로 훨훨 날려 보내는 애절한 사연을 우리는 종종 듣고 있다.
예전에는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초개같이 바친 우국 충렬들을
우리들은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지만 사회의 비정함 속에서 삶을
지탱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예전에 어른들은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자기가 먹고 살아갈 복을
타고난다고 말했지만 요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자식들의 과외수업료를 충당하기 위하여 엄마가 팔을 걷어 부치고
파출부로 일하거나 식당주방에서 접시 닦기 등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야기가 신문지상에 나올 정도로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들 학구열에는
누구에게 뒤지기를 싫어하고 자신을 헌신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은 정부의 교육시책에도 문제가 많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교육정책, 교육정책만 잘 세워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고학력을 갖고 졸업을 하여 사회에 진출하면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고학력의 실업자가 부지기수다. 정부에서는 교육정책과 산업정책을
접목시켜 실업자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실업자 수를 줄이기 위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을 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앞길도 가늠하지
못하고 진퇴양란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이 어쩌니? 강남 집값이 천상부지로 뛰니까
정부에서는 날개 달린 집값을 썩은 동아줄에 묶어 당기고 있다.
며칠 후면 수능시험이 있다고 수험생을 둔 부모는 자식 못지않게
불안과 초조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엿,초콜릿을 수험생에게 선물을 하고 오징어를 사서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 선물을 하기도 한다.
내년에는 내 아들놈도 수능시험을 쳐야 하니까 나도 초조 불안한
마음으로 변할까? 자식을 둔 부모로서 예외가 어디에 있겠는가 마는…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사람이 누가 있으며, 의원이
병을 다 고치면 북망산이 왜 저렇게 많을 소냐…
초연해져 보려고 옛 시조를 읊조리며 11월 첫날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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