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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아름답다

등록일03-11-20 조회수94 댓글0

60년대초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니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2부제 수업을 하기도 했고 학교부근에 있던 향교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다.

먹을 것도 부족하던 시절에 애들은 왜 그렇게 많이 낳았던지..요즘은 많아야
셋인데 그 시절에는 6남매 9남매가 보통이었다. 사실 그렇게 낳지 않았다면
왕거이는 이 세상 구경을 하지 못했다. 5남매의 막내지만 우리집에도 모두다
살았다면 9남매는 족히 되지 싶다.

생긴대로 낳았고 동족상잔의 전쟁이 끝나고 두려움이 가시니 부부의 애정이
철철 넘쳐 흘렀는지 우리 또래의 애들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면 소재지의 학교인데 전교생이 1300명이나 되었으니 적은 인원은 결코 아니다.

지금은 100명도 되지 않고 인근 학교는 폐교가 되고 폐교된 학교에 다니던
학생까지 합해야 겨우 6학급을 맞출 수가 있다니.. 변화무상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다.

까까머리에 백고무신을 신고 검은색 무명옷에 코닦이 손수건을 앞가슴에 달고
운동장에 종대로 열을 지어 선생님이 '하나 둘' 이라 구령하면 제비얼라가
어미가 먹이를 물어오면 짹짹거리 듯 어린 철부지들은 '셋 넷' 고함을
지르며 졸졸 따라 다녔던 그 시절..

공책을 사야 된다면 계란을 양손에 쥐어 주시던 어머니.. 계란을 깨지 않으려고
두손에 살짜기 쥐고 점방(문방구)에 가서 폐지를 재생하여 만든 누런 공책과
바꾸어서 사용을 했다. 읍내까지 계란을 손에 쥐고 가면 땀이 베여 계란에
물기가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물물교환으로 구한 공책에다 연필로 글을 쓰면
종이의 질이 나빠 자꾸 찢어져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받침(풀받침이라 불렀음)을
종이 밑에 깔지 않으면 헤어져서 글을 쓰지도 못했다.

가방을 갖는다는 것은 꿈도 못꿨다. 양철필통과 몽당연필, 책 몇권과
노트 몇권을 책보자기에 싸서 삔침으로 꼽아 어깨에 대각선으로 울러메고
딸가닥거리는 필통소리를 들으면서 학교에 다녔다.

비가오는 날은 조잡한 비닐 우산도 없어서 삿갓을 쓰고 가라는 엄마의 말에
울면서 비를 함빡 맞으면서 학교에 간 적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전후 배고팠던 시절이라 미국으로부터 옥수수가루, 밀가루,
우유가루를 원조받아 학교에서 옥수수죽을 끓여서 살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옥수수 빵떡도 만들어 주기도 했고 우유가루를 얼마씩 나누어
주기도 했다. 우유가루를 얻어오면 솥에 밥을 할 때 양은 도시락 두껑에
우유가루를 부어 밥솥에 넣어서 밥을 하면 딱딱한 우유과자가 되었다.
조금씩 아껴서 먹던 우유과자가 그 시절에는 얼마나 맛이 좋았는지 모른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매캐한 조개탄 냄새.. 함석으로
둥글게 말아 만든 교실 유리창 밖으로 나온 연통의 굴둑에는 노란 연기가
뿜어 나왔다. 나무로 된 교실 마루바닥은 초칠을 하여 관리하였고 가끔
개구장이 녀석들은 선생님이 미끄러 지도록 교실앞 출입문 쪽에 초칠을
많이하고 걸레로 닦아 얼음같이 미끄럽게 하여 선생님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그 어린 시절은 내 자식들도 돌아갈 수 없는 아득한 추억속에 자리잡고
있으며 가끔 눈 속에서 다시 살아나 아지랑이같이 몽글몽글 피어나 빙그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61.255.146.13 현우: 그래도 그시절엔 달걀에 담긴 할무니의 사랑이....찌져진 공책장에 선생님의 존경이 함박눈발자국에 동상걸린손가락에 순수함이 있었지 싶습니다만....  [11/20-09:24]
221.139.42.209 솔바람: 기억력 대단하십니다 저와는 다른 세상이였네요...오전 오후반..이것만 생각 나네요  [11/20-10:43]
218.53.71.7 유리알처럼: 왕건님처럼 책보자기에 삿갓쓰고 다니진 않았지만 ...어린시절 생각하니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맘 뿐이네요....^^  [11/20-11:07]
210.183.224.51 하늘: 왕건형님 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초등학교시절 미군이 나눠주는 옥수수빵 한개 더 얻으려고 청소당번까지 했던 기억이 있어요....덕분에 추억더듬고 갑니다  [11/21-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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