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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추억

등록일04-01-23 조회수94 댓글0

소한때는 춥지않고 따뜻했는데.. 그래서 올 겨울은 춥지않고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대한(大寒)이 소한(小寒)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올해는 대한이 진짜 본때를 보여주는 모양이다. 설 명절 전날을
기하여 기온이 급강하 하더니 차가운 바람까지 몰아쳐 체감온도는
기상대에서 발표한 기온보다 훨씬 더 낮게 느껴졌다.

명절이 좋기는 좋다. 헤어져 있던 형제들.. 조카내외 및 손자 손녀들...
살아가는 모습 커가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고.. 오손도손
모여앉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눌수 있어서 참 좋았다.

예전에는 설날 오후까지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돌아다녀야 했다.
그런데 이제 두집밖에 지내지 않는다. 단촐해서 좋지만 조상이 푸대접을
받는것 같다. 사실 제삿상을 차려 놓아봐야 조상이 와서 먹는 것도 아니고
자손들이 다 거들내지마는.. 제사상을 차리기 위하여 전을 붙인다던지
시장을 보는 등 준비하는 것이 귀찮아서 지내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고유 전통을 고집하던 어른들이 저 세상으로 떠나고 유교사상이
우리의 바쁜 현실 속에서 점차 소멸되어 가는 느낌이다. 영원히 없어
지기야 하겠냐마는 차츰 색체가 바래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릴 수 없다.

대식구가 명절이라 모이니 방이 비좁다. 그래도 넓은 마루에 바람막이
창틀을 설치하여 외부로 부터 찬기운을 차단토록 해놓았기 망정이지..
몇년 전 명절 때만 해도 잠잘 장소가 부족해서 차안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했다. 크다란 석유난로까지 밤새도록 피워놓아 추운 것을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도회지 아파트 생활에 젖은 우리들에게는 촌 생활에 제일 불편한 것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다. 개량 화장실로 농촌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철에는 마당 옆 귀퉁이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 것이 제일 불편한 일이다.

예전의 재래식 화장실에 비하면 호텔정도는 아니지만 여관정도는 된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사각 구덩이를 깊이 파고
굵은 통나무 두개를 걸터앉을 만한 간격으로 걸쳐놓고 송판으로 발판은
만들고 대소변이 밑으로 빠질 구멍을 내어놓고 스레이트 지붕에다가
옆에는 짚을 이어 발을 쳐놓고 앞에 문은 나즈막하게 밖에서 보면 얼굴이
다 보이도록 송판문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겨울철에 화장실에 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 참을 때 까지 참는다.
그러나 하나님도 막지 못하는 것이 싸는 일이 아니던가! 엉덩이를
꿰맨다고 해결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참다가 참다가 화장실에 가면
변비가 생겨서 더 오랫동안 고생한다는 것을 어째 몰랐던고!!

변소에서 알궁둥이를 까고 앉아 있으면 변소 밑에서 치솟는 바람은
시베리아 벌판에 가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시베리아 벌판의 바람보다
더 차갑고 매서운 바람으로 엉덩이의 감각을 마비시켰다.

대변의 전조현상으로 소변을 시원하게 갈기면 밑에서 치솟는 바람에
분무(噴霧)되어 얼굴이 시원해짐을 느껴야 했다. 그 뿐인가.. 화장지
대신으로 사용하는 신문지로 엉덩이를 닦고 그 종이를 변기에 던져
넣으면 변기통에 빠지는 것이 아니고 종이 비행기가 날리듯 휘익 부상을
하여 엉덩이에 들어 붙거나 얼굴로 돌진해 와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량식 화장실은 예전의 재래식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그래도 실내에
있는 화장실에서 편안히 앉아서 배변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도회지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촌 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멋이고.. 눈도 내리고 얼음도 얼어서 겨울철
놀이도 즐길수 있어야 되고.. 농촌에는 시큼한 두엄냄새도 나고 흙먼지도
날리고.. 매서운 북풍이 몰아치는 통시에서 덜덜 떨면서 화장실을 이용해
봐야만이 지나간 후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되살아 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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