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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 ~ 똥 쌀라칸다

등록일04-03-24 조회수97 댓글0

밝은 대낮은 밤의 어두움을 상상하지 못한다.
칠흑 어두움이 닥쳐야 밝은 불빛을 그리워 한다.

바로 위의 형과 나의 나이 차이는 6살이나 났지만
어릴 적에는 많이도 싸웠다. 형이 중학교에 입학을
할 때에 나는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중학교에 들어가면 머리를 빡빡 깎았다.
빡빡머리를 한 형의 머리가 돼지 붕알처럼 둥글고
길쭉했다. 그래서 심심하면 형을 놀려댔다. "돼지부랄아~"
하면서.. 그러면 형은 뒷꼭지가 튀어나온 나를 보고
"곰배야~" 하면서 놀려댔고 급기야 힘센 형이 무력으로
나오고 힘이 약한 나의 무기라고는 울음보를 터뜨려 엄마의
도움을 받아 형이 초전박살 나도록 유도하는 길 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가끔 혹을 땔려다가 혹을 붙이는 격이 되기도 했다.
"엄마 히야가 때릴라 칸다"고 일러 바치며 엄마의 치마폭을
움켜잡고 형의 공격을 피하다가 "쪼매난 것이 왜 형한테
놀리고 대드느냐?"며 피신처가 아닌 지례밭에 뛰어든 꼴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형에게 고분고분 등어리도 긁어주고 온갖 아양을
다 떨어야 할 경우가 가끔 생겼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고 호롱불에 의지했던 외딴 집에서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깃들면 문밖을 나서기가 겁이났다.

과식하였거나 낮에 무엇을 잘 못 먹었는지 배가 살살 아파오면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온다. 참을 때 까지 참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

옆에 자고 있는 형을 흔들어 깨운다. "히야~ 히야~~"(애절하게..
불쌍하게 보이려고 오만상 얼굴을 찡그리면서) 형을 깨운다

"히야~ 똥쌀라 칸다"고 하면.. 형은 "똥누러부마 통새가서 누만
될꺼 아이가!" 하면서 귀찮은 듯 돌아 눕는다.

"히야 검난다 아이가.. 같이 좀 가자.. 같이 가주면 내일 등어리
100번 긁어 줄께..응"

형은 절호의 기회를 잡은 듯 "100번..안할란다.. 똥새 가다가 보면
크다란 호랑이가 떡 버티고 있데이.. 니혼자 똥누러 가라" 면서
가뜩이나 겁에 질리고 뒤가 마려워서 엉덩이를 움켜쥐고 안절부절
하는 놈에게 시간을 끈다.

다급해진 나는 등어리 긁어주는 회수를 자꾸 올린다 200번.. 300번
그래도 태연하게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 형이 1000번이라는 소리가
떨어지자 부시시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따라나선다.

마당을 지나고 거름터를 지나 담장가에 있던 조그마한 통시가 멀게만
느껴졌다. 앞산에서 부엉이가 울어 대고 노루 울음소리도 가끔 들렸던
터라 변소 밖에서 형이 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무서움이 없었다

그런데..너무 참다가 와서 그런지.. 금방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간심을 끙끙거리며 아무리 쉬어봐도 시간만 흐르고 해결이 안된다.

형이 혹시 가버리지나 않았나 걱정이 되어 "히야~~있나?" 를 반복하면서
형이 지켜주는 것을 확인한다. 그러면 형은 "응 있다. 퍼떡 놔라 춥다"
고 말을 하다가 나를 놀려주려고 대답을 않고 조용히 있으면 겁에 질려
옷도 치올리지 않고 변소를 나오면서 "히야~ 어디간노?"하면
"니 어야는공 볼라꼬 그랬다 똥 다 놔라" 고 하던 형...

마려울 적 마음 다르고 볼일 본 후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등어리 1000번 다 긁어 준 적이 없다. 등어리에 손을 넣고 서너번
긁으면서 입으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열번 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스믈 .. 이렇게 입으로는 빠르게.. 손은 천천히..긁어
줬으니 많이 긁어줘야 1000번이 300번쯤 긁게 되었을 거다..

밝은 낮이면 다투고 싸우고 놀리고 했던 형.. 어두운 저녁에 통시
앞에서 지켜줄 적에는 그렇게도 듬직하고 큰 힘이 되었던 형..소먹이러
서로 가지 않으려고 떼를 쓰던.. 그 시절이 까마득한 과거 속에 묻히고
이제는 환갑에 가까운 형이 되었고 이놈도 50고개를 넘었으니 뜬 구름같은
세월 속에 바람처럼 흘러왔구나..

지난번에 형이 교장선생으로 승진하였는데 전화로 축하한다는 말만
전했다. 한번 가서 술잔을 나누며 형제의 오붓한 정을 주고 받았으면
좋으련만.. 자꾸 세월만 빨라지고 도리는 마음 속에서만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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