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를린다
바람불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 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
온몸은 소름으로 퍼져가고
푸른빛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엔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디엔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무심히 밟고 지나던 길도
노점상의 골패인 할머니 얼굴도
이젠 예사롭지 않다
사십대를 불혹의 나이라 하기에
그 나이 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젊은 날의 내 안의 파도
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
사십만 되면 더 이상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
하루 빨리 사십이 되기를
무턱대고 기다려 왔었다
진정 불혹임을 철석같이 믿었다
이제 세월을 맞이하여 사십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이 불혹인지
무엇에 대한 불혹인지
도무지 모르며
갈수록 내 안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위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그래도 굳이 불혹을 믿으라 한다면
아마도 그건 잘 훈련 되어진
삶의 자세일 뿐일 것 같다
마흔이 되어서야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나이가 사십대임을
비로서 알게 되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더 없이 푸른 하늘도
회색 빛 낮은 구름도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코 끝의 후레지아 향기도
그 모두가 유혹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어설프지도 곰삭지도 않은
적당히 잘 숙성된
그런 나이 이기에...
어쩌면 한껏 멋스러울 수 있는
멋을 낼수 있는 나이가
진정 사십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인지 사십대란
불혹이 아니라
흔들리는 바람인가 봅니다
ㅡ 좋은 글에서 ㅡ
들깨 꽃 떨어지던 가을 중턱에서......후愛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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