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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군산-광주)

등록일12-10-02 조회수139 댓글0

혼자 맞는 중추절이 이번만은 아닌데도. 어찌 지낼까를 고민하던중 꽃길 방장님과 맘비우기 성님이 선듯 같이 지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에 처음에는 좀 망설였지만 쓸쓸한 것보다는 같이 어울려야 좋다는 성님의 말씀에 따르기로 하고 열차 예약을 했다.
9월의 마지막날 30일 포승공단에서 평택, 천안에 도착하여 익산까지의 기차여행은 풍요로운 가을들녘의 정경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익산역 바로 앞에서 군산까지의 시외버스는 옛 전군도로의 벚나무길을 생각나기도 했지만 시골어르신의 구수한 입담이 시골버스의 운치를 더했다.
꽃길 방장님 댁으로 가니 벌써 맘비우기 성님은 와 계셨고 가족들의 환대와 맛난 저녁을 대접받았다. 정갈한 남도김치와 푸짐한 회 등등 한상 가득히 차려진 음식의 향연에 더해 2008년에 담근 매실주는 음식의 맛에 색다른 맛들을 만들어 주었다.
방송까지 펑크내고 은파호수에 떠오른 보름달을 뒤로하고 찾아간 찜질방은 꽉막힌 도시와는 달리 한적하면서도 넓어 문만 열면 싱그러운 자연을 마주할 수 있어 좋았다.
혼자서 맘비우기 성님이 가져오신 포도주 두병을 해치우고 잠들었는데 혹 코는 골지않았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첫날을 마췄다.
이어진 1박2일의 마지막 날 네덜란드 쥬다찌 방조제의 32.5Km를 재치고 기네스북에 오를 새만금의 신시휴계소에서의 단지 사람의 손으로 실보다 더 가느다랗게 뽑아낸 뒤 견과류를 채워넣은 과자를 만드는 것을 보기만한게 아니라 구입해서 먹었는데 공정의 신기함보다는 좀 떨어진 과자의 맛은 어쨌든 신기했다.
새만금방조제를 건너 부안온천을 거져 고창 도솔산 선운사를 방문했는데 천년 고찰의 턱밑까지 몰고오는 자동차는 우리가 무엇을 보존하고 지켜야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사람의 편리함에 정작 지켜야 할 유물들이 훼손되는게 안타까울 뿐이였다.
이어서 2004년부터 2년동안 10억을 들여 가꾼 고창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을 찾아가는 동안 태풍의 피해를 직접 볼수있었는데 비닐하우스가 망가지고 인삼밭이 갈기갈기 헤쳐진 모습에 마음 아팠고, 아무리 예쁜 풍경이라도 지나치게 사람 손 탄 티가 나면 물리기 마련인데 전북 고창 학원농장은 좀 다르다. 잘 정리된 구획이나 곳곳의 전망대를 보면 사람이 정성스레 가꾼게 분명한데도 어색하기 보단 편안하다. 오직 보여주기 위한 `인공`이 아니라 자연 그자체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봄날의 청보리가 지나가고 파도처럼 넘실대는 메밀을 바랬지만 청보리밭의 메밀군락은 완전 없어진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이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꿈길 같은 꽃길을 걸으며 잠시 가을을 훔쳐보았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표현한 달빛, 맘비우기 성님이 눈내린 표현과는 달리 태풍에 날려간 하얀 비닐이 텅 빈 메밀밭에 오버랩되어 방장님이 멋진 바램과는 달리 하얀비닐이 덮이고 황폐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할 뿐이다.
광주에 도착하여 처음 먹어보는 팥죽에 칼국수가 들어간 팥칼국수는 메밀밭에서 메밀묵과 같이 마신 한잔의 막걸리를 생각나게 하여 혼자만의 막걸리 한병을 섞어 맛갈나게 뚝딱해치웠다.
푸짐한 선물을 맘비우기 성님이 준비하여 주시는 바람에 빈가방이 갑자기 가득채워지고 풍성한 가을의 10월 초하루를 이제 광주, 익산, 조치원, 서대전, 천안아산, 평택으로 구간구간으로 예약하니 입석이 아닌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뭐든 쥐어주고 먹이고 재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꽃길 방장님과 혼자 지낼 동생을 초대해 주시고 선물까지 안겨주신 맘비우기 성님께 죄송하고 고맙고 즐거웠다는 말만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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