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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기다리며

등록일05-02-01 조회수88 댓글0

아들이 이제 봄이 되면 중3이 된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때문에 3년씩이나 유치원에 다녔던 아들.
어느 날인가 퇴근후 아들을 데리러가니 선생님이 날 붙잡고 웃으며 하시던 말씀.
오후에 아들에게 흔한 질문,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더좋은지 물으셨대나.
한참을 버티던 아들, 계속되는 성화에 하던 말이
"엄마가 알면 서운해하시니 말할 수 없어요."

워낙 활발한데다 질문을 많이 해대서 사람들에게서 자주 듣던 말
" 네 엄마는 너랑 있음 안 심심하겠다."
초등시절 담임 선생님 뵈러갈 때면 항상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리게 되더라는...
젊은 선생님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한다며 웃으시니 엄마로선 미안한 마음이 앞설 수 밖에...개구쟁이인데다..

몇년전 가족끼리 불영 계곡 여행길에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잡곡파는 할머니가 잡곡을 내밀며 사라고 하시는거다.
여행중에 그거 살 겨를이 없어 그냥 지나치는데 아들왈..
" 엄마, 언제는 불쌍한 사람 도우러 음성 꽃동네는 가자고 해놓구서.. 불쌍한 할머니는 왜 안돕는 거여요..그 할머니 눈물 글썽이는거 못봤어요?"
난 순간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그이후로 아들 앞에선 항상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어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킬 일 있으시다며..
독서실 갔노라고 말씀드리고 '방학중에 무슨 심부름인가' 출근하신건지 여쭈니..
부친상을 당했노라고...
남편에게 전하며 싫은 내색을 했더니 매사에 긍정적인 남편은
"반장이라 연락하신거겠지"
"그렇다고 초상집 심부름을 시켜요?"
"글쎄. 일손이 딸리면 일당주고 고용하면 될텐데..."
알았으니 문상을 다녀온건 당연지사.

다음날 학원에서 시험보는 날인지라 끝나고 가길 아들에게 권했지만 아들 친구들이랑 아침에 모여서 가기로 했나보다.
친구들과 5시반까지  봉사하고 온 아들.
고생했다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마음한켠 씁쓸함은..
물론 그런 경험을 통해서 배울 점도 있겠지만..
과연 선생님은 교욱적이란 생각을 하고 계실까..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런 행동으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도매급으로 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금연 도우미 캠프" 학교 대표로 참가시켜 주시고
여러모로 일년동안 잘 보살펴주신 은혜를 생각하며..
좋았던 기억만을 떠올리며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려 애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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