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 손잡고
지난 가을부터 부쩍 허리가 불편하시던 어머니를 모시고 경희 의료원에 갔다.
소탈하고 자상한 레지던트,
엑스레이 결과를 설명하시던 교수님
"멀리서 오셨으니 진료 잘 해주세요"
"어디서 오셨나요? 아~네. 난 또 외국에서 오신줄 알고..하하"
농담섞인 대화로 우리의 긴장을 풀어 주시고...
예쁘고 친절한 간호사, 수납창구 직원들, 깔끔한 시설.
모두 마음에 들었다.
열흘쯤후에 M.R.I 와 근전도 검사를 받기로 예약하고 병원문을 나서는데...
얼마전에 시어머님께서 M.R.I 검사를 두려워하셔서 결국 마취를 하고 검사 받으셨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순간 말로만 듣던, 한번도 보지못한 M.R.I 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어머니, 무슨 통에 들어가 40분이나 검사한다는데 하실수 있겠어요?"
잔뜩 겁먹은 막내딸을 오히려 안심시키는 어머니.
"전에 머리 아파 그 검사 받아본 적 있어. 걱정하지 말아라."
어머니의 고향은 일본 동경이다.
엔지니어시던 외할아버님께서 일본으로 건너가셔 거기서 태어나셨다.
일본은 화산재가 많아 땅이 아주 기름지다고 한다.
아이스크림 많이 먹고 넓은 토지에 기반 잡고 사셨다는 어린 시절.
해방이 되자 국내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서둘러 귀국하면서
그당시 일본은 흉흉한 소문에 휩싸였다는데...
머지않아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에 대한 보복이 시작될거라는...
위기를 느낀 외할아버님은 모든 재산을 포기한채 급히 가족들과 한국으로 오셨다 한다.
어머니 나이 14세때.
순종의 대명사인 일본 여성들처럼
무척이나 까다로우신 아버님을 만나 평생을 온화한 모습으로 살아오신...
자식들에게 큰소리 한번 쳐본 적 없으신...
하나뿐인 아들을 떠나 보내실 때 피눈물을 흘리시던...
항상 부처님 말씀을 들려 주시며 올바르게 살도록 일깨워주시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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