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무회 신작 공연 <강변북로>
제법 추운 날씨지만 강변북로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으로 향했다.
<강변북로>.....그 길위에 내가 있고, 우리가 살고 있다.
총예술감독 김매자님의 창무회는 한국 전통 무용의 모든 분야 즉, 무속, 불교 의식 무용, 민속춤과 궁중 무용 등을 깊이있게 소화하고 있으며, 우리의 고유 정서를 하나의 예술 형태로 발아시키기 위한 창작 작업에 주력해왔다
작년 호암아트홀에서 창무회 무용공연 "현위의 춤"을 인상깊게 보았던터라
올해 새로 발표하는 안무가 김선미님의 강변북로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시인 황지우님의 텍스트와 시공을 초월하는 무대미술가 윤정섭님의 연출, 절제된 빛으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이상봉님의 조명, 그리고 2002년 월드컵 개막식 음악 감독을 역임한 무용 음악 작곡가 김태근님등 내노라하는 분들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되는 기대작이다.
다양한 삶의 궤적으로 수놓아진, 현실속에 실재하는 <강변북로>를 매개체로 고립된 틀속에서 반복되듯 전개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환상과 실재, 아픔과 기쁨, 좌절과 희망에 대해 얘기한다.
일상의 움직임에 한국춤의 호흡과 춤사위를 입혀내는 새로운 춤양식의 개발에 도전하는 취지에 걸맞게 다른 무용공연과는 사뭇 다르다.
무대는 시종일관 어두침침하다. 희뿌연 새벽 안개 속으로 씽씽 매섭게 스쳐가는 경적소리. 경적소리가 배경음악으로 쓰일 줄이야.. 현대인의 고독과 우수가 짙게 배인 멜로디가 내내 흐른다.
한줄기, 두줄기 때때로 쏟아내는 빛에선 결코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극적 이미지를 한껏 살려준다. 대사없는 무용에서 조명으로 많은걸 말해줄 수 있음도 처음으로 느꼈으니...
지금까지 보아왔던 다른 몇편의 무용과는 다른 춤들, 절제미가 깃들어 무술같기도하고 어찌보면 요가의 한동작 같기도한 동작들..계속 반복되는 동작들로 자칫 지루해 질수도 있는데 어느새 춤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기쁨과 희망보다는 좌절과 아픔이 내내 가슴을 파고드는 시간속으로..
막이 내리고 시인 황지우님의 <여의도의 섬>이란 텍스트가 올라온다..
<여의도의 섬>
지나가는 자여, 희망이 있는가?
재앙의 상자에 마지막 남아있던 그것을 쫓아
일어나자마자 황혼인 섬으로...
강변북로 노견에서 보네트를 열어놓고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려본 적이 잇는 사람은 알지.
왜 희망이라는것이 더러운 욕인지...
왜 그것은 보류된 시간을 끊임없이 딸국질하는지,
왜 그것은 끊임없이 올라오는 위액같은 회환인지,
낚시 걸린 물고기처럼 입벌린 삶이여!
살아가면서 너무나 많은 약속으로
무능해져버린 사람이...이 멀미나는 슬픈 강가에서
또 무엇을 약속하겠어?
단지 속도를 알 수없는 육중한 질문들이 등 뒤로
나갈때마다 잠시 함께 출렁거릴뿐, 공허의
동심원 한가운데 닻내린 저 핑크빛 섬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