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을 세우는동안 숫돌도 몸이 깍여나간다.
슥슥 칼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하얗게 살이 드러나는
칼날의 모습은 가뿐함과 신선함을 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검은 때를 벗고 제 빛깔을 되찾으며
드러나는 그 예리함. 베어야 할 배추며 무며 고구마며 이런 것들이
살 속을 파고드는 부드러운 감촉, 팔 놀림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뿟한 어깨. 할아버지는 그런 것을 가져다 주셨다.
나는 낫이나 칼을 그렇게 산듯한 물건으로 바꾸어주는 숫돌을 들어 옮기면서
작지만 묵직한 숫돌을 늘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쇠로 만든 칼을 예리하게 벼리어주는 돌이니 어찌 예사로운 돌이라 하겠는가.
쇠보다 단단하고 쇠를 갈아서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제 용도에 맞게 쓰일 수 있게 만들어주니 어찌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거기까지만 생각했지 칼이나 낫을 예리하게 벼리어주는동안
숫돌도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쇠를 그냥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요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제 몸도 닳아 없어지면서 칼날을 세워주는 것이었다.
무딘 연장을 날카롭게 바꾸어주는. 쇠보다 단단해 보이는 숫돌도 보이지 않게
제 몸이 깍여져 나가는 아픔을 견디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변함없이 굳세고 강한것은 없고 두꺼운 쇠도 오랜시간
갈다보면 보이지 않게 깍여 나가며 이는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것이다.
도종환/님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
*저도 숫돌에 칼을 갈으면 칼이 잘 드는줄만 알았지
그렇게 숫돌도 자신의 아픔을 견디어 내고 있을줄은...
*겨울비련가. 봄비의 서막인가.
이곳은 오후내내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좋은하루 보내셨나요 .벗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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