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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아줌마

등록일05-02-26 조회수97 댓글0

199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다리오포의 특이한 연극 '호랑이 아줌마'
중국의 장터 연극 형식으로 이루어진 모노드라마이다.
주연을 맡은, 제15대 국회의원 출신 탤런트 정한용씨가 과연 어떻게 이끌어갈지...

본격적인 연극에 앞서 10분정도 배경을 들려주신다.
1927년 상하이 쿠데타를 일으켜 공산당(모택동)과 싸우던 국민당(장개석)....
멘트가 다소 길다는 느낌도 들지만 연극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그시절 얘기들이다.
대장정에 나갔던 한 남자가 상처입고 떠돌다 호랑이 아줌마(암컷)를 만나
서로의 어려운 처지를 도와주고, 덕분에 목숨도 구하고 용기까지 얻게 된다는,
그 남자는 호랑이 아줌마와 함께 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얻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구연 동화하는 듯한 배우의 몸짓과 설명을 듣노라면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장면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앙상한 나무 여섯 그루가 전부인 무대를 조명과 음향으로 변화를 주는 연출력이 좋았다.

"아줌마는요,아줌마는 조.심.해야되요."
천천히 또렷하게 강조하는 대사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몇년전 미국에서 스캔들을 일으켰던 곤혹스러운 사건을 은연중에 내비치는것 같아..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없느니만 못한. 이름 석자를 어지럽힌 그사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첫째줄엔 국회의원이신지 친구분들인지 진지하게 관람하시고...
정치접고 방송으로 컴백하는데 의원 시절이 주홍글씨가 되어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1시간 30분 동안 노련한 연기자답게 물흐르듯 자연스레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프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 할 수 있는 내용을 결코 오버하지않고 재미와 교훈을 적절히 배합한 괜찮은 연극이었다. 그는 말한다.
"호랑이요? 일제시대때 독립 운동한 사람들, 6,25때 폭탄 품고 적진에 뛰어든 사람들, 그들이 진짜 호랑이죠. 정치인들은 다 가짜예요.곤한 잠에 빠진 우리 소시민들의 정의감을 깨워 희망으로 반죽해내는 연극입니다"

섣불리 공연했다가는 연기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배우의 무덤'이라 불린다는 모노드라마에서 그는 최선의 열정을 보였다. 대학로 게릴라 소극장에서 땀을 닦아가며...
의원시절에 목말라했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토해내기라도 하려는듯...
"내가 텅빈 무대에서 생발광을 했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보인 인터뷰 기사가 떠오른다.  

이번 연극에서 더블 캐스팅된 김인수님의 연기도 평이 좋은데 볼 수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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