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클로저>
2월에 개봉했던 줄리아로버츠 주연의 영화 클로저를 예당 토월극장에서 연극으로.
후배가 급하게 전화를 했다. 라디오 프로 이벤트에 당첨되어 꼭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갈 수가 없다며 나한테 대신 봐달라고..
'공연 시작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여 티켓팅하고보니 R석이었다.
순간적인 사랑에 얽매여 결국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하는 부고기사 담당기자 '성일'
진실한 사랑이라 믿고 선택하지만, 끝내 자신의 진실을 믿지 못하는 남자를 과감하게 떠나는
쿨한 여자 '수정'
우연히 수족관에서 사진 작가 영지를 만나 결혼하지만 그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사랑을
소유하려는 피부과 의사 '종학'(남성진)
이기적인 사고로 자신의 삶의 풍요로움을 찾아 사랑을 떠나는 사진 작가 '영지'(김여진)
단순하게 압축되고 추상적인 무대 설정.
연극으로는 지나치다싶을 정도의 외설적인 대사들이 여과없이 고스란히...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준 적나라한 음란 채팅 대화들,
부부싸움 대사들도 너무 감각적인인지라 쇼킹의 연속.
예당에서 이런 장면을 보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남녀노소가 다모인 관객들에게 여성의 생식기를 크게 따라 외치게했던 서주희님의 모노드라마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오늘에 비하면 그때의 민망함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곳곳에 격정적인 대사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네분 연기자들의 차분한 연기력으로 연극은
대체로 완만하게 진행된다.
수정역 윤지혜님은 대성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연기자로 기억에 남을 듯..
영화 '처녀들의 저녁 식사' 에 출연했던 배우 김여진님.
PD인 남편앞에서 베드신도 찍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 남편 이해심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진한 키스씬을. 역시 노련한 배우라 느껴진다.
탤런트 김용림씨 아드님인 남성진씨는 오늘 첨본 연기에 탄탄한 연기력을 느끼면서도
비열한 종학의 본심을 드러내기엔 카리스마가 조금 아쉬웠다.
두쌍의 커플이 서로 커플을 바꾸면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과 사랑, 증오와 이별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일상의 파멸을 겪게되는..
사랑에 빠질 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쁘기도 하지만,
때론 마음을 다치게도하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연극이다.
어렴풋이 가물거리는 대사 한마디.
"왜 미워하냐구? 사랑하는 것보다 쉽잖아.
"남자들은 여자를 진짜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를 사랑하는 순간의 자신을 사랑하는 거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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