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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총회 다녀오다

등록일05-03-11 조회수96 댓글0

변두리 외고에 다니는 딸아이가 벌써 고3이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학부모 총회를 한다기에 서둘러 갔지만 이미 담임 선생님들 소개는 끝나고.
배부한 유인물을 대충 읽고 2006학년도 주요 대학 전형 계획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각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과 만남의 시간.

딸에게서 담임 선생님이 체육 담당이란 말을 듣는 순간 솔직히 조금 실망이 되었다.
국영수도 아니고 체육을.. 왠지 정보에 뒤떨어질 것만 같은...
한편으론 '이선생님이 무슨 노하우가 있으니 학교측에서 중요한 고3 담임을 맡겼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며칠이 지나자 담임선생님 좋다고, 맘에 든다고 칭찬을 늘어놓는 딸을 보면서 안심이 되었다.역시..

드디어 그 선생님을 만나는 날.
조금은 부드러운 경상도 억양으로 씩씩하고 절도있게 소개를 하신다.
"자모님들. 담임이 체육 담당이라 솔직히 실망하셨죠?(앗..뜨금해라.)
전 체육이라 교재 연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그시간에 학생들에게 열정을 쏟겠습니다.
얘들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정리도 제가 다했습니다.(둘러보니 깔끔하고 빈틈없도다.)
그리고 제가 아침일찍 출근해서 교실 청소도 다해놓습니다.
환경이 꺠끗해야 공부할 맛이 나거든요.
긴장을 풀어주면서 최선을 다하도록 분위기 조성하는게 중요합니다.
수능을 잘보려면 담력이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전 언어영역 잘 모릅니다..하지만....."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의 여고 2학년.
심야 방송 <밤을 잊은 그대에게>,<별이 빛나는 밤에>를 즐겨 들으며 꿈많던 시절.
매력이라곤 전혀 없고 실력도 변변찮은 담임이었던 수학선생님.
어려운 수학 문제 질문하면 진땀흘리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는건 고역이었다.  
사춘기 시절, 반항심에 수학 시간엔 소설책을 읽고 수학하곤 담을 쌓아 버렸던 아픈 기억이...
공교롭게도 작년. 딸아이 2학년.
무관심의 극치라 불리우는 선생님을 만나 얼마나 불안했던지.
선생님과 반 얘들의 갈등을 전해 들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다행이도 올해는 유머러스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선생님.
솔직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선생님.
회의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한가지라도 더 알려주시려는 선생님.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지는 선생님.
고3병의 조짐을 보이는 딸을 보며 걱정스러웠는데, 그저 바라보며 안타까웠는데
믿음직스런 선생님을 뵈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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