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도 좋은 날
근무지가 바뀌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열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예전엔 항상 웃음꽃이 피었는데 이곳은 개인주의 성향을 띄면서 너무 무미건조한
분위기라 적응하기 더욱 힘들었는지도...
좀더 지켜본 다음에 분위기를 바꿔보리란 생각뿐.
이러던 차에 마침 동호회를 조직한다기에 등산반에 가입했다.
얘들 어느 정도 키우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오십대로 구성된 회원 10명.
히말라야, 아프리카,남미등 해외 원정 등반 경험이 많으신 분을 회장으로 모시고.
매월 둘째주 토요일은 정기 산행으로, 가끔 수요산행, 특별 산행.
으음..기대되는군.
좀 이른감이 있지만 산수유로 유명하다는 양평 추읍산을 가려다 바람이 너무 불어
가까운 불암산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가끔 쉬면서 잼있는 얘기도 나누고 간식도 먹으면서 풍경도 둘러 보고..
그윽한 솔향을 맡으며 한참 올라가는데 선배님이 힘들어 못올라가시겠다며
여기서 기다리겠노라고 하신다.
회장님 왈, "우린 다른 길로 내려갈겁니다."
그한마디에 그분이 벌떡 일어나 악착같이 따라오시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정상에 이르니 바람탓에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였다.
"저봐요.태극기가 우릴 열렬히 환영하잖아요."
우린 또한번 폭소를 터뜨리고...
"여기가 숫불암입니다.저기가 암불암이구요."
회장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역시 도움이 된다.
불암산 여러번 올라왔는데도 숫불암, 암불암인줄은 몰랐는데..
북한산이 살아계신 임금을 모시는 산이라면 불암산은 돌아가신 임금을 모시는 산이라고.
산의 남쪽 아래에는 태릉과 강릉이, 주변에는 동구릉과 광릉이 있으니 맞는 얘기인 듯.
서울 근교 산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 아차산, 검단산, 예봉산, 천마산, 수락산,아스라히 청계산까지.
저녁을 먹으면서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첫산행이 정말 즐거웠노라고..
오늘처럼 많이 웃어본 적은 없노라고...
식사후 이런저런 얘기 들려주시는 선배님들의 말씀에 귀기울이니 배울 점이 참 많다.
단한번의 산행으로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다.
말그대로 일석삼조의 첫 산행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