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작년 메사 팝콘홀에서 일본 악기 '사미센'공연을 감명깊게 본 후로 일본 공연에 관심이 많아졌다.
2005년 한일 우정의 해를 맞이하여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는 인물인 '우장춘 박사'의 일대기가 합동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우장춘박사와 부인, 어머니, 몇몇 영혼 역등은 일본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여 자막으로 한글과 일본어로 대사를 보여준다.
막이 오르면 무대의 배경은 2005년 서울의 공원이다.
공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실상 이들은 모두 영혼들이다.
영혼들 속에는 식물의 연구에 몰두해 있는 듯 여기저기 다니면서 씨앗을 심고있는 우박사도 보인다.
일본어를 하는 우박사를 본, 다른 영혼들이 흥분하여 일본 영혼을 쫒아내야한다며 갈등을 보이다 화해하면서 그분의 과거를 보러 떠나게 된다.
우박사는 조선말 명성황후 시해 사건때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일본 낭인들에게 명성황후의 거처를 알려줌으로써 직접적으로 시해사건에 연루되어 사건직후
일본으로 망명한 우범선의 아들이다.
일본여성과 결혼한 우범선은 우박사 어린시절 암살되고만다.
조센징이라는 멸시를 받으며 가난과 역경속의 삶을 살았던...
하지만 육종학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학자로 성장한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일본에 있는 가족과 명예를 버리면서까지 '아버지의 나라'에 봉사하는 우박사.
마치 아버지의 죄를 자신이 대신 갚으려는 듯...
실험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여건속에서 강원도의 씨감자 개량 생산, 현재의 배추,무우를 개량하고 제주도를 밀감산지로 만들기도하고 벼품종의 개발등 발명을 거듭한다.
잡초같은 꽃, 민들레처럼 이방인으로 이 땅을 살다간 우박사.
대한민국 문화 훈장을 받고 "조국이 나를 인정했다'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매국노의 아들에서 애국자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봄이 길다는 의미의 長春. 그 분이 남긴 한마디를 되새겨 본다.
'우리는 누군가의 씨앗이고, 또 씨앗을 남길거고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씨앗으로 영원한거야. 그러니 나도 영원한거지."
위안부 문제, 독도를 둘러싼 공방등으로 한일간 감정의 골이 깊지만
문화적인 교류를 통해서나마 화해의 장을 만들어가려 노력하는 분들께 진심에서 우러나는 박수 보내고 싶다.
연극 '씨앗'이 한일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알리는 씨앗이 되기를,
그리고 깊이 뿌리내려 튼튼한 나무가 되고 숲이 되기를..
또다른 한일 합동작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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