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중 답사 일번지 다녀오다
몇년전 가족과 보길도 여행중 우연히 만났던 문화 답사팀.
강사님의 유적지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터라 이번 기회에 그 답사팀을 따라가보고 싶었다.
일요일 아침 드디어 광양 매화마을 그리고 구례 산수유 마을로 떠나다.
매화축제 마지막 날이라 청매실 농원의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을 상상을 하니 가슴은 마냥 설레임으로...
차를 타고 가면서 강사님이 들려주시던 매화에 관한 얘기들.
퇴계 이황선생님의 매화 사랑이 참으로 극진하셨다한다.
제자들 앞에서 앉은채 돌아가시던 그순간까지도
"베개맡 매화에 물 좀 주어라" 는 유언을 남기셨고
매화를 매형이라 부르며 인격체로 대하셨다는...
단양군수 시절, 그분을 사모하던 관기 두향의 애절한 사연도.
지리산을 감돌아 흐르는 섬진강 봄마중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전국에서 몰려든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어 겨우 주차시키고 미리 예약해놓았던
식당에선 1시간이나 기다려야한다니 점심은 각자 흩어져 해결하기로..
재첩국밥을 대충 먹고 청매실 농원 주변을 둘러 보았다.
소리없이 유유히 흐르는 쪽빛 섬진강을 바라보니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3월초의 한파 탓에 매화꽃이 절정에 이르지 못했지만 .매화나무 아래 초록빛
보리밭과 어우러져 한결 운치있어 보였다.
섬진강 강바람에 매화꽃비 흩날리는 풍경을 보고팠는데 아쉬움이 클 수밖에...
영화 '취화선'의 배경이라는 대나무숲에서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스치는
대나무들의 속삭임에 귀기울여보다.
장독대의 수많은 매실 항아리에서 정겨운 시골마을의 정취를 물씬 느낀다.
항아리를 보니 문득 떠오르던 생각. 캄보디아 여행중 기억에 남는 장면.
집집마다 입구에 놓여있던 항아리는.보통 2개, 어떤 집은 4개까지.
항아리의 숫자는 그집 부인들의 수와 일치한다는...
섬진강변 고운 모래의 촉감을 느껴보고도 싶었는데..
희미해지는 매화향기에 아쉬움을 안은채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로 향하다.
가는 길에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를 보고 남도대교를 지나니
유명한 화개장터가 나타났다. 새단장을 한 듯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섬진강 너른 품에 안겨 40여분 달렸을까.
산수유 축제 이틀째라는 산동마을에 접어 들었다.
앙징맞은 꽃잎의 산수유는 이제 피기 시작하려는 듯 수줍은 모습으로 우릴 반긴다.
1930년대 지방 유지들이 세운 정자, 방호정을 둘러보다.
앞면 3칸, 옆면 3칸의 단층구조로 중앙에 1칸 규모의 온돌방이 있다.
매년 봄가을에 두번 시회를 열기도 한다고.
활짝핀 산수유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방호정에서 장엄한 지리산 만복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강사님이 서산대사 얘기를 들려주신다. 서산대사께서
지리산은 웅장하되 수려한 맛은 덜하고,
금강산은 수려하되 웅장함은 부족하나,
묘향산은 웅장함과 수려함을 겸비한 명산이라고 평하셨다 한다.
몇년전 서해교전 직후 여름 휴가때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다녀왔던 금강산.
그 얼마나 가보고 싶던 북한 땅이던가.
가난에 찌든 주민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지던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바위에 새겨놓은 붉은색 구호만 없었더라면 정말 완벽한 산이라 생각했는데...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금강산보다 더 근사하다는 묘향산을 하루빨리 가보고 싶은 마음 간절해진다.
돌아오는 길에 초등학교 교사인 시인 김용택님의 인터뷰 비디오를 보면서
그분의 섬진강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었다.
"나의 모든 글은 거기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고 끝이 날 것을 믿으며 내 시는 이 작은 마을에 있는 한 그루 나무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도 보여주셔서 더욱 좋았다.
역사를 바꾼 사람들이란 타이틀로 일본의 쓰시마 전투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모처럼 함께한 답사팀과의 여행은 또하나의 추억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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