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부르는 네가지 빛깔
국악 방송을 애청하다 장사익 팬이된 남편과 공연을 보러 갔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분수에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가로 43미터, 세로9미터인 분수에서 세계 각국 명곡들에 맞춰 다양하고 화려한 모양을 연출하고 있었다.
무용수가 춤을 추듯...분수 축제는 실로 장관을 이루었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콘서트홀로 향했다.
서울시 국악 관현악단 제 265회 정기연주회.
"노래로 그리는 네가지 빛깔"
평론가 윤중강님의 사회와 단장겸 지휘자인 김성진님.
소망, 인연, 기다림, 회상..네파트로 나뉘어 김용우,이상은,정태춘,장사익이 출연했다.
소리로 소망하는, 꿈꾸는 소년..........김용우
소망이란 주제로 젊은 소리꾼 김용우가 용천검, 장타령, 임진강 세곡을 불렀다.
서울대 국악과 졸업후 10년 넘게 활동한 그는 중요 무형 문화재 12가사의 이수자로서 여느 가수들 못지않게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엔터테이너다.
일본에서의 콘서트때 일본 청중들에게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그가 부른 민요는 아카펠라적인 깨끗함이나 상큼함이, 재즈적인 끈적임과 서글픔이,때론 트롯적인 감수성까지...
그의 노래에서는 묘하게 그런 조화가 느껴진다.
인연의 울림, 물처럼 젖어들다..........이상은
두번째 순서는 담다디 이상은이 등장하여 인연이란 주제로
공무도하가, 어기야디허라, 몽금포타령..세곡을 부르는데 많이 긴장했나보다.
한곡 끝날때마다 물을 마시니 보는 관객들 조금은 불안하다.
유일한 여자 출연자인데 표정도 좀더 밝았으면 좋으련만....
세상 고민 다 짊어진듯한 어두운 표정지으니 내마음마저 가라앉는 느낌이라.
투사, 풀잎처럼 때를 기다리다.........정태춘
기다림이란 주제로 임은 어디가고, 에고 도솔천아, 황토강으로 세곡 불렀다.
흰고무신에 푸른빛 감도는 모시한복이 아주 잘 어울리고 푸근한 아저씨같다.
음유시인이라 불리며 오랜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의 노래말은 평화로운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듯하다.
앵콜곡으로 중국악기 "얼후"로 직접 반주하면서 "동방명주 배를 타고"를 부르고.
우리의 해금과 너무나 닮은 얼후는 동양적인 은근함과 달콤한 고독을 느끼게하는 음색이다.
그러고보니 중국영화에서 들어본 적있는 멜로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애잔한 선율이다.
관객들은 아낌없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아버지, 술에 취해 회상에 잠기다..........장사익
회상이란 주제로 찔레꽃, 아버지, 국밥집에서 부르는데 구수하면서도 한이 서린 듯한 술처럼 발효된 소리같다.
가장 한국적인 ,토속적인, 푸욱 삭힌듯한 소리.
라이브로 들으니 cd로 들을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고음처리가 완벽하고.우와~~넘 잘 부른다.
열창할땐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멘트할땐 시골 아저씨처럼 순수하고 정겹기만하다.
앵콜곡 임꺽정을 부르고 막을 내리다.
집에 오는 길에 찔레꽃을 계속 흥얼거렸다.
대단한 가수라고...정말 노래 잘부른다고..감탄사 연발하는 초이.
가슴이 따뜻해지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2004년 화창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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