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를 보여줬던 후배에게 보답으로 무슨 연극을 보여줄까 궁리하다
오랫만에 아룽구지 극장으로 향했다. 작년에 '달고나'란 뮤지컬을 재미있게 봤던...
대학로 다른 소극장에 비해 규모가 조금큰 극장으로 들어서니 전쟁상황을 잘 표현한 무대 설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권성덕, 김성녀. 두배우의 이름만으로도 보고 싶었던 연극.
지난 2004년 4월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손진책님의 연출로 초연된,
<죽음의 소녀> <독자> 등으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아리엘 돌프만의 작품.
오랫동안 전쟁중인 두나라의 국경에 살면서 전쟁 희생자들의 시체를 수습하며 살아가는 노부부.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지루한 전쟁이 끝날 무렵 어느날,
집 벽을 뚫고 국경 수비대원이라는 낯선 사내가 등장한다.
집안에서 두나라의 경계선이 그어졌음을 알리고 부부에게 각자 경계선 너머로 갈 것을 명한다.
이제까지 함께 했던 공간이 둘로 나뉘어져 화장실을 갈 때도, 주방을 갈때에도 비자가 필요하게되는 웃지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을 통해 인간 내면 엿보기.
국경, 벽, 차별, 사랑과 파괴, 피해자와 가해자, 기억과 화해...
분단으로 인해 일어나는 비극의 순환을 우화적으로, 희극적으로 풀어낸 연극.
오래전 TV프로 '토지'에서 준구 부인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던,
마당놀이에서는 개성있는 연기로 인상깊었던 김성녀님.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웃음 뒤에 가슴저린 슬픔이 느껴진다던..
권성덕, 김성녀와 신예 정호붕의 연기가 뛰어난 앙상블을 이루었다는 화려한 광고와는 달리 지루함이 느껴졌다.
집한가운데 경계선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너무 코믹하게 끌고가려는 어색함.
두세컷 정도면 충분했을 것을...
고엽제 환자의 비극을 소재로 한 '플라스틱 오렌지'처럼
무거운 소재는 시종일관 무겁게 전개되는 연출이었다면
더 큰 감동과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