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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 형님

등록일05-04-13 조회수92 댓글0

시아버님 기일이 둘째 형님 해외여행과 겹치는 바람에 며칠 앞당겨 지내게 됐다.
계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가시기에 날짜를 맘대로 정할 수없는 형편인지라.
2년전에도 같은 상황이어서 나와 아랫동서, 둘이서 제사를 지낸적 있는데...
이번엔 동유럽 여행을 앞두고 마음에 걸리셨나보다.
우리가 할 수 있으니 그냥 다녀오시라 했는데도...

큰형님네가 미국으로 건너가시는 바람에 둘째 형님이 몇년째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피부 미인이던 형님이 어머니를 모신지 몇 달만에 꺼칠해진걸 보고
'참 힘드시구나.'
'셋째인 나도 교대로 모셔야 할텐데...'
착한 형님은 그동안 단 한번도 내게 어머니를 모시란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가끔 만나면 주방에서 소곤소곤..
이러이러해서 조금 힘들다고 살며시 속내를 내비칠뿐...

오래전 얘들 어렸을 때 온가족이 용인 자연 농원으로 소풍을 간적 있다.
지금 생각하면 왜그랬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난 그날 연분홍 투피스로 한껏 멋을 냈다.
편한 청바지 차림으로 가면 될걸...
큰댁 조카들이 "작은 엄마, 옷 정말 예쁘다아~~"
둘째 형님의 조금은 초라한 옷을 보며 난 속으로 얼마나 으쓱했던가.

처음으로 물개쇼도 보고 꽃구경도 하면서 즐거운 나들이를 마치고
큰댁으로 가는 도중 피곤했던지 차속에서 깊이 잠들었나보다.
자켓 실밥이 터진 줄도 모르고...
도착해서 손을 씻고 작은 방 문을 여는 순간 난 깜짝 놀랐다.
둘째 형님이 내가 벗어 놓은 옷을 손수 꿰매고 계신거였다.
종일 형님보다 내가 잘났노라고 오만으로 가득찼던 난 순간 눈물이 나올뻔했다.
"제가 꿰맬게요.이리 주세요."
난 평생 형님을 친언니처럼 따르리라 결심했다.

세월이 흘러 형님네 사업이 날로 번창하여 상당한 재력가가 되었다.
가끔씩 좁은 마음에 질투심이 슬슬....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 그날 그감동의 순간을 떠올리곤 한다.
중국 한의대생인 큰아들을 유학 보낼 때에도 아무 것도 모르는 내게 자문하는 형님 .
항상 겸손하고 상냥하고 본받을 점 많은...

이번에도 "동서, 무슨 돈을 그리 많이 넣었어. 다음에는 그러지마."
"형님 장보느라 돈 많이 들었잖아요."
일을 잘하지도 못하고 조금 도와 드렸을 뿐인데도
"자네가 도와주니 훨씬 수월하고 너무 좋다."
이렇게 착한 형님을 생각하면 늘 포근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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