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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사귄 친구와 오래된 친구

등록일05-04-29 조회수89 댓글0

  
오래된 친구는 늘 신던 신발처럼 편하다.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처럼 내 옆에 있다
나는 오래된 친구의 음성을 알고,
아무렇게나 내둘러 쓴 그의 글씨를 읽을 수 있으며,
여러 사람의 발자국 소리 가운데 그의 것을 구별할 수 있다.
나는 내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과 꽃 이름과 그 유래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그가 선택할 만한 소지품의 스타일과 색깔,
좋아하는 이성의 프로필에 대해서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친구 앞에서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별 깊은 생각도 없이
이상한 짓을 했을 때, 친구는 놀라지 않고 나를 위로할 것이다.
´너 왜 그러느냐. 미쳤느냐´고 화를 내지 않음은
물론 꼬치꼬치 이유를 따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가 나보다도 먼저 알고, 나보다도 먼저 느끼며,
나보다 먼저 깨닫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의 앞에서 내가 아무 짓이나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느 누구 앞에서보다도 내 오랜 친구 앞에서만 가장 의젓해지고 싶다.

우리 사이의 우정이 소중하듯이
우리 사이의 신뢰와 예절 또한 소중한 것이니까.
우리 사이의 세월과 추억이 아름답듯이 우리 사이로 다가오는
내일과 약속이 소중한 것이니까.
나는 내 친구에게 나를 바닥까지 들키지 않으려고
내 속으로는 무진 힘을 쓰는 편이다.

오래된 친구가 있지만 나는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없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놀랄만한 향기를 지닌 사람도 있다.
새 친구의 그 향기도 하루 이틀에 고인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거쳐 키가 자라고 뼈가 굵어지듯이
축적된 인격의 향기일 것이다.
나는 오래된 친구를 사랑하듯이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과
그 친구에게서 풍기는 향내에 혹하곤 한다.
내게도 그런 향기가 있을까를 의심하면서 나는 그에게 다가간다.

˝우리가 지금 새로 사귀어도 친해질 수 있을까요?˝ 나는 묻는다.
˝그럼요. 우리가 지금 만났다는 그것으로 우리는 이미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가 대답했다.
˝우리가 어쩌다가 만났을까요?˝
어리석은 질문임을 깨닫고 후회할 사이도 없이,
˝이것도 작은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가 조용히 말한다.
´운명!´ 친구의 조용한 음성에 실린 ´운명´이라는 말에
내 가슴이 뛰어오른다.

나는 새로 만난 친구의 향내에 도취해서
오래된 친구를 가끔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미 내 육신처럼 익숙해져버린 오래된 친구를 말이다.

그러나 오래된 친구에게서 향내를 맡을 수 없는 것은
그에게 향기가 없음이 아니다.
내가 이미 거기 도취되었기 때문이며,
거기 오래 전에 길이 들어서 내 것인지 그의 것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친구에게 무심해진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슬픈 일이다.
새로 사귄 친구가 나를 잠시 설레게 할 수는 있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내 아프고 쓰린 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향아님/하얀장미의 아침에서 중

*좋은아침~ 나무사랑 여러분!아침시간 무지 바쁘시죠?
오늘하루도 즐겁게 씩씩하게 아침을 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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