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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해협..........세종문화회관 소극장

등록일05-06-03 조회수117 댓글0

일본 극단 '깅가도'의 시나가와 요시마사와 한국의 대표극작가 차범석님이 공동 집필한 '침묵의 해협'
실화를 바탕으로한 이 연극의 무대는 약간 기울어져 있다.
힘의 균형을 잃어버린 그당시의 상황을 암시하려는 듯...
일제 말기에 강제 징용당한후 전쟁터에 나가서 천신만고끝에 살아 돌아오지만 정신병과 함께 기억을 상실하는 동진. 일본이름 카네다토우신.
그후 조선이 해방을 맞이한줄도 모르고...
일본의 병원에서 60여년동안 실어증에 걸린채 지낸다.

차도를 보이지않는 이 환자를 대부분 기피했지만
그런 그에게 간호를 자청한 간호사가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온다.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그녀에게서 옛연인의 향기라도 느낀걸까.
귀에 익은 가야금 가락을 들으면서 서서히 옛기억이 되살아난다.
일본 패전 당시의 상황들을 하나 둘 떠올리는..
전쟁이란 피의 소용돌이속에서 미쳐가던 일본의 권력층들.
살아남기 위해 동료의 인육을 먹어여했던, 끝내 묻어버리고 싶었던 과거.
비록 기생이었지만 자기 이름을 버리지 않을 정도의 주체성을 지녔던 연인 현희.
암울했던 시기에 그에게 한줄기 빛이었던 그녀마저 원자폭탄의 희생자가 되버렸던..

희미했던 기억을 조금씩 되살리던 그는 결국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가 남기고 간 것은 새하얀 유골과 현금 4만엔. 그리고 조선 국적의 외국인 등록증.
그가 겪은 고통과 상처는 우리 민족 모두의 상처와 고통인 것을...
전쟁이란? 국가란? 인간이란? 사랑이란? 우리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려고 하는 것인가?
현해탄의 침묵은 말하고 있다. 이제 청산할 것은 청산해야한다고.
독도 영유권 문제, 역사 왜곡 문제, 종군 위안부 문제...

동진역의 서울시극단 강신구님..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노년의 동진역을 맡은 일본 배우..물흐르듯 편안하면서도 연기력이 훌륭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당시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현희역은 극단 꼭두의 전현아님.
소극장이기에 표정하나하나 살필 수 있어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고
황진이역에서보다 연기력도 한층 향상되어 보인다.

동경깅가도의 대표이자 각본가, 연출가인 시나가와 요시마사.
사회적 주제를 스토리화하며 인간의 이성과 광기의 미묘한 틈새를 잘 그려낸다고.
일본의 스텝과 서울시 극단원이 함께 만드는 서사적 대하연극으로서 수작으로 평가받음은 당연하다.
국제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큼...

단지 아쉬운 점은
한일 합동 공연이기에 자막을 사용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막을 천장 가까이 설치하는 바람에 목이 조금 거북하기도 하고 자막을 읽느라 연기를 놓치기도 했다는...
양쪽 사이드에 설치할 수없는 이유라도 있는건지.
우장춘박사의 일대기를 그렸던 '씨앗'에 이어 '침묵의 해협'에서도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느낀다.
또다른 한일 합동작을 손꼽아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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