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골목뮤지컬 빨래
극단 '명랑씨어터 수박'의 창작 뮤지컬 '골목골목뮤지컬 빨래'를 보러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으로.
서울살이에 고달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좁은 골목길의 어느 반지하방으로 서나영이 이사를 온다. 나영은 이삿짐을 정리하며 어느새 5년이 지난 서울살이, 잃어버린 꿈을 되새겨 본다.
과부로 옷장사하며 월세도 제때 못내는 아줌마.
장애인 딸을 수십년간 키우며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주인 할머니.
옆집엔 외국인 근로자 총각들이 불법체류자란 이유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는...
일곱명의 배우가 서울의 달동네와 서점, 반지하방 그리고 옥상을 배경으로 감칠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현실의 아픔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스토리이기에 자칫 어둡고 가라앉을 수 있는 뮤지컬을 그들만의 재치로 명암을 잘 살린다.
위트넘치는 빨래송과 놀라운 공간 활용력을 보여준 연출력등이 어우러져 뮤지컬을 보는 내내 뿌뜻함을 느끼게 한다.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전자오르간, 드럼, 기타, 하모니카,탬버린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정감있는 곡들을 연주하고 컷과 컷사이, 무대전환시 들려주는 다양한 장르의 생생한 라이브 연주, 특히 하모니카 멜로디는 참으로 좋았다.
라이브 연주가 곁들인 연극을 좋아하는터라 더욱 감동을 받았으리라.
오래전 하모니카 선율에 반해서 몇번인가 렛슨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보리밭, 오빠 생각, 클레멘타인을 즐겨 부르곤했던...
빨래라는 행위를 통해서 고통스러움을 털어내고 삶의 오염된 부분을 씻어내려는 서민들의 애환을 잘 표현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세상이지만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음을...
2004년 2월 석관동 작은 옥탑방에서 공연의 힘을 믿고, 공연으로 세상을 만나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는 극단 '수박'
수박의 세번째 이야기 빨래를 보면서 연극적 상상력이 풍부한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큰박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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