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대화
아들 : 엄마~ 외할머니집에 가면 재밌어요?
엄마 : 니는 게임처럼 재미로 사람을 생각하냐?
아들 : 이왕이면 재미도 있으면 좋지요 뭐~
엄마 : 엄마는 외할머니가 엄마잖어~
닌 맨날 엄마하고 살지만.. 엄마는 엄마하고 안살잖어~ 그래 안그래?
아들 : 그래서요~
엄마 : 그러니깐 외할머니가 맨날 보고 싶은거지...
아들 : 엄마는 어른이잖아요
엄마 : 어른이어도 외할머니의 자식인건 변하지 않는거지~
니가 늙어도 엄마 아들이듯이 마찬가지지~
아들 : 나도 어른되어서 엄마 보고싶을까요?
엄마 : 니는 안그럴거 같애?
아들 : 네..
엄마 : 니두 나이들어 봐라 이눔아~ 아마 더할걸~
아들 : 외할머니 만나시면 근데 왜 맨날 싸우고 그래요?
암튼 이해안돼요~
엄마 : 냅둬 이눔아~ 말다툼도 만나야하지 니두 나이들어봐!!
살다가 지치면 누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지 두고봐라~
엄니 : 애는 안아프고 핵교 잘뎅기냐? 가내는 무고허고? 별일 읍고?
따알 : 그럼~
엄니 : 대답 차암 쉽게헌다~
따알 : 엄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된장고추장 담는거 전수해주라니깐
저승가기 싫어서 안갈켜주지? 맞지?
나 시집가는거 보고 죽으면 원이 없것다고 했으면서
논네가 욕심은 많아가지고...
엄니 : 써글년! 눈감을때 까징 갈켜주나봐라~
그래야 된장간장 때문이라도 아쉬워서라도 한번 더 얼굴 디밀거 아녀!!
따알 : 근다고 안오간디?
엄니 : 맨날 바쁘대더라~ 월매나 걸지게 해쳐묵고 사는지 항시 바뻐 죽갔디야~
따알 : 그랬나?
엄니 : 그럼 안그랬냐? 그란디 니 담가묵고 있잖여~
따알 : 아무리 잘담가두 이 맛이 나야 말이지~
그래서 내건 이사람 저사람 다 퍼주고 나는 가질러 오구~
엄니 : 그맛이 그맛이지 뭔 비법이 있간디?
나이들믄 음식도 가슴으로 묵는다드라~
보름달 보고 우는 강생이마냥 가슴이 허~해서 그란게지~
따알 : 엄니~ 냉장고에 과일이랑 음식말여 그때그때 다 잡숴~
누가 온다고.. 오면 사들고 오것지.. 아끼다 상해서 버려야 하잖여~
다들 바쁘게 사는디 안온다고 탓하지도 말고~
탈없이 살고 있으면 되는거지...
지발 그만좀 아끼고.... 엉?
엄니 : 냅둬~ 이년아~ 묵혔다 썩으면 개라도 줄팅게~
언제 느닷없이 올지 모르는디 속도 모름서!
따알 : 다 챙겨들고 온다니깐!!
엄니 : 아~ 그래도 내가 챙겨주고싶은 것도 있단말여!!
따알 : 늙으면 느는건 고집밖에 읍고마잉~
엄니 : 니두 늙어봐라~ 안그럴것 같냐? 에미맘은 다 매한가지여~~
손주 : 할머이~ 할머이이~~
할미 : 오야아 내강생이!
손주 : 얼굴 안아퍼요?
할미 : 왜?
손주 : 얼굴에 주름이 많아서 접어져 있으니까 아플거 같아요
할미 : 자식들 키우며 늙어서 그랑겨..
자식들 크는거 보느라 나 늙는건 몰랐응게로~
암시랑토 안혀~~
손주 : 엄마가요 그러는데.. 할머니가 맨날 보고싶다는데요~
우리랑 같이 살면 되잖아요?
할미 : 엄마가 그런소릴햐? 별소릴 다허고그랴~
할머니는 여기서 배추심고 감따고 있을거닝께
나중에 니가 장개들믄 그때나 할미 데리러 오그라~
그때 내따라가서~ 맛난거두 많이 해주고 그랄께 알었지?
사람은 다~ 지켜야할 도리가 있는겨.. 순리란게 있는거구~
손주 : 네~ 근데 울엄마랑 싸우지 마세요
할미 : 싸우는거이 아니여~ 느그 에미가 철이 안든척 속읍는 소릴 하느라구 그러는겨~
손주 : 어~~ 그렇구나~
P.S : 그래.. 훗날 아주 먼훗날 울꼴통이 장가들고, 내가 며느리 보고,
울엄니가 손주며느리 내외 앉혀놓고 맛난음식 만들어줄수만 있다면
그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꺼나~~
= 風 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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