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하고픈 것은
겨울밤
뜨끈한 아랫목에 엄니,아부지, 첫째, 둘째, 셋째,...
줄줄이 누워 솜이불로 긴밤 잠들었다 일어난 아침이면
윗목에선 이그러진 양푼의 자리끼는 설설 살얼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삶은 고구마에 동치미로 배를 채우고 난 늦은 밤
옹기종기 아랫목에 서로 깊이 발 담그려 몸싸움을 하면서도
그래야만 하는 까닭이 있었습니다
외할머니, 큰어머니, 엄니
그들의 옛날 이야기며 무서운 귀신이야기에
귀 쫑긋.. 눈 말동말동.. 자기 무릎들을 감싸안고
오늘은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어떤 무섬증을 느끼게 될지...
항상 이야기는
"옛날 옛날에~ " 이렇게 시작이 되었드랬습니다
참, 많이도 들었고 무던히 졸라서 들었었는데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꾸지람을 하면서도 언제나
못이기는 척 이야기주머니를 풀어 놓던 울엄니였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성인이되면서 텔레비전에 혼을 뺐기고
바쁘게 발전하는 세상에 눈을 팔리면서
그네들의 옛날이야기를 잊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둔 지금
내가 하고픈 것은
우리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초롱한 꿈들을 가진 아이들을 무릎머리에 앉히고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무궁한 상상의 나래를 달아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기억하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슬프지만 정말 그 많은 이야기들이 끝까지 이어지지가 않습니다
들려줄 이야기가 내 머리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하여, 엊그제는 고전동화를 읽고서
잠자리에 든 아이의 곁에 누워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차비를 하고 서두를 꺼내는데
"엄마 저도 그 책 다 읽어서 알아요~ 비디오에도 있어요~"
하는게 아닌가?
젠장~
이 무슨 맥빠지는 소리란 말인가.......... 風 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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