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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을 걸으며...

등록일06-01-31 조회수90 댓글0

길을 걸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내 주어진 몫 보다도 큰 꿈들을 키우며 걸었던 길..
어른들의 고민도 몰랐고
삶의 애달픔도 몰랐고
어른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이듦의 고단한 등짐을 볼 수 없었던
하늘은 늘 파랗게 펼쳐져 있을 줄만 여겼던 시절에 걸었던 길..
내 고향 고샅을 돌아 읍내로 이어지던 그 길을 걸었습니다

시원하게 혹은 포근하게 가려주고 감싸주던 야산 오솔길이
지금은 황량한 알몸을 드러내고
발끝에서 질척질척 모진 삶을 이어가는 밭도랑 길이 되어있었습니다

눈을 감으니 금새라도
이유없이도 깔깔거리던 친구들이 왁자지껄 모여들것 같은데
도심의 콘크리트 어느 구석구석에서 몸을 숨겨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맹꽁이 운동화를 가방에 넣고 십여리 길을 맨발로 학교를 가던 그 길로
울꼴통의 조막손을 잡고 걸으며
'여기가 엄마가 즐겨 뽑아먹던 다깡무시밭이였고..
저어기가 뱀나와서 청옥이가 오줌 저렸던 고추밭이고..
오다가다 쉬던 제비꽃 무성하던 자리고..
여기는 당제아저씨 농사 실패로 농약 먹고 자살한 그 자리고..
저어기 아직 감나무 서 있는 자리가 당골네 살던 집터고..'
기억을 하나씩 꺼내며 풀어놓는 내 말에 꼴통 이눔은 듣는 둥 마는 둥~
주워든 막대기로 그저 진흙장난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오래된 길을 걸으며
기억 저편에서 퇴색되어 가던 일들을 들춰내는 아리지만
잠시 동안 가슴은 훈훈했습니다  

꼴통녀석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 엄마는 꿈이 뭐였어요? "

'꿈?
꿈이 있었지~
지금..
그 꿈들은 주인을 잃은채 어느 바람에 몸살하고 있겠지
내 꿈이 뭐였더라~
뭐였더라......'




    = 風 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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