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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 일기

등록일06-02-17 조회수162 댓글0

설날아침 차례를 지내고 배를 불리고 앉으면
부모님 오빠들 나 동생 사촌조카... 순서대로 세배를 할라치면
할아버지 부모님 아랫목에 앉으셔서는 윗목에 조로록 앉힌 조물조물한 아이들 앞에
세뱃돈 대신 덕담을 주곤 하였습니다.

서운한 기색으로 눈을 떨구고 일어서려면 그 때서야
마고자 속에서.. 속치마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쌈짓돈 주머니가 나왔습니다

큰오빠는 손바닥만큼 주고 차례로 줄어들어 동생은 코딱지만큼이라고
늘상 투정을 부렸던 세뱃돈이었습니다

밀가루 허옇게 묻어있는 고무풍선도 사고
뽑기도 하고
발통과자도 사먹고
독다마도 사서 몰래 숨겨놓고
아귀가 아프도록 벽에 붙여가며 씹을 풍선껌도 챙겨놓고
그리하고 나면
한 해가 내내 행복할 것만 같았습니다

요즈음의 세뱃돈..
꼼꼼한 우리조카는 은행에 통장을 미리 만들어 놓기도 하고
나는 나갈 세뱃돈에 헤아리고 또 헤아려 계산하고...

이제야 겨우 돈이란 것에 눈을 떠가는 울꼴통 녀석은
내가 챙겨준 지갑에 7만원을 모아 두고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한 모양이었습니다
세어보고 던져두고 잃어버렸다가 찾았다가..
하루에 열두번도 더 소란을 피웠습니다

내가 어디 그 꼴을 가만히 보기만 하겠습니까?
뺐어야지요~  그것 때문에 내주머니에서 나간게 얼만데...

얼굴에 티같은 점이 생기더니 지금엔 사마귀처럼
커진 점들이 예닐곱개 박혀있습니다
"꼴통~ 니 얼굴보고 친구들이 점박이라고 놀렸댔지?"
"네~"
"점 빼고나면 깨끗하니 멋있어질건데..."
"너 장가도 가야하잖여~  민영이가 굉장히 좋아할거야~"
거울을 들이대며 잘 보이지 않는 티점까지 짚어가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꼬시기 성공!!
병원에 접수하고 대기실..
"엄마~ 근데 아플까요?"
"조금은 아프겠지? 내 피부에 있는 점인데 쬐~~끔은..."
"얼마큼요?"
"아마... 꿀벌이 와서 침을 쏜만큼 아주 약간 따끔!!"
"그정도는 참을수 있을것 같아요"
마취연고를 바르고 40여분을 기다렸다가 치료실문을 붙잡고
녀석은 또 물었습니다
"근데~ 꿀벌이 침쏘면 얼만큼 아픈건데요~"
"아암~~~~   아주 안아픈 주사 맞는 그정도.."

레이저시술을 하는데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커져버린 점이기에 여러번 손이 갔고 울고불고~
선생님 살려주세요를 연발하면서도 잘견디어 끝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굴 온통 알록달록 멍이...
카운터에서 지갑을 열어 7만원을 힘없이 계산하고
빈 지갑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조용히 앞장섰습니다

기분전환용 게임CD하나 사서 들려주고
만두 두 판 시켜서서 뚝딱 해치우고...

잠이든 녀석을 확인하고 가방을 열어보니.
일기장에 삐뚤빼툴 적힌 오늘의 일기.

'점을 뺐다 사고싶은 것이 많았는데 못하게 되었다
엄마 말씀대로 멋있어지고 나면 기분이 풀릴것 같다
근데 엄마는 나에게 거짓말을 쳤다
꿀벌이 쏜정도만 아프다고 했는데 아니었다
말벌이 떼로달려들어서 쏜것처럼 너무너무 아팠다
나는 아직 어린데 엄마 느낌대로만 말한게 나빴다
이제 지갑이 필요없게 됐다
내일 용돈 오백원은 꼭 달래서 엄마께 받아야겠다
ㅠ_ㅠ 끝'

(설이 지난 어느날에...)




= 風 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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