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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등록일01-11-13 조회수145 댓글0

맨날 성님 사이트만 지나치다가 오늘에야 들렀네요.
넘 좋은 자료들도 많고 들러 볼 때가 많아서 좋습니다.
저도 한때는 농사(토종 홍화씨)를 짓기도 해 그렇게 낯설지 않아 좋구여.
이왕 예기가 나왔으니 홍화 농사 지은 예기를 좀 할까 합니다.
전 1996년에 다니던 회사에 부도가 났어요. 그 당시에 회사에서 구매팀장을 맡고 있었죠.
근데 어음 가져간 업체에서 날 잡아 먹을 듯이 찾아 다니고...
그래서 회사의 배려로  전 피난 길을 가야 했답니다.
낚시대를 울러매고 씨알 좋다는 저수지다 바다다 하면서 전국을 배회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 그 짓도 별로 재미가 없더군요. 난 가족이 더 소중했지요.
회사로 연락을 했어요. 회사로 들어가겠노라고. 그러나 회사에선 극구 말리더군요.
그래서 전 회사 옆에다가 1,500평 정도의 노는 땅을 공짜로 구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농사를 지으면서 회사 일도 보고 저녁엔 가족들을 만나보게 되었답니다.
농사라곤 친형님이 한 때 하시던 느타리버섯을 키워본게 다였어요.
어느 날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다가 "박찬숙 코너"를 들을 수 있었어요.
함양 사람과의 홍화씨에 대한 인터뷰에서 전 듣자마자 함양으로 차를 돌렸답니다.
"바로 이거야!" 비록 특양작물이었지만 짧은 시간내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고 한 번 해보고 싶었죠
함양에 도착하고 아까 방송에서 적어두었던 함양의 주인공에게 미리 전화를 하고 찾아갔답니다.
멋있게 생긴넘이(까르르~~) 넥타이 척~메고 비까번쩍한 구두를 신고 문을 들어서자
그 영감님은 저를 아래위로 훌터보더니 아무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전 내가 뭘 잘못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군요. 전 방문을 노크하고 뻔지좋게 들어갔지요.
그러자 영감님은 절 보지도 않고 담배만 뻐끔뻐끔 태우시기만 하시더군요.
전 꿇어앉아 영감님에게 말씀 드렸어요. "어르신, 명일 다시 옷 갈아입고 찾아뵈올께요"
인사를 마치고 전 집으로 왔답니다. 그 다음 날 다시 그 영감님을 찾아가자 그 영감님은 다짜고짜
"여보세요! 젊은 양반! 당신이 옷갈아 입고 오면 상대를 해준답디까? 괜한 헛고생하지 마시고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해"라고 하시더군요. 전 세시간 동안이나 영감님이 가라고 해도 꾹 눌러앉아
있었죠. 가끔 힘든 일이 생기면 들어주기도 했지만 저에게 눈도 마주칠려구 하지 않았지요.
전 4번만에야 함양에 가서 그 분의 기술을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답니다.
농사 기술을 전수 받아봐야 경험이 없던지라 뭘 어케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전 제가 농사지을 땅의 흙을 함양 농촌지도소에 가 성분 의뢰를 하였습니다.
김박사님은 우리 땅에 대한 데이타를 주면서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하여 전 미비한 성분을 보충하고서 팔을 걷어 올렸답니다.
토종 홍화씨를 심기 시작했어요. 홍화씨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었고 함양이나 의성지방에서
특용작물로 키우고 있었죠. 우리 야야는 불평 한마디 없이 풀도 뽑고 물주고 또 뽑고...
2주쯤 지나니깐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전 농사 일기를 적었고 매일 첵크를 하였어요.
전 하기가 어렵다는 유기농법으로 시작했습니다. 한달이 지나자 한자정도 컸답니다.
1,500평에... 새파랗게 깔린 홍화묘를 보니 기분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야야도 기분 좋아서 맨날 밭에서 살았답니다. 일욜이면 아들 두넘 댈구와 풀 뽑게 하고
쉬는 시간엔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아 삶아 묵고... 그 때가 정말 좋았죠.
그러자 고성지역에 소문이 났답니다. 그 당시엔 고성에서 홍화를 심는 사람이 없었어요.
농협지도과장이 오시더니 우째 이런 작물을 키우게 됐냐고 하면서 궁금해 하였고 날이 갈수록
멋지게 자라는 홍화를 볼려고 여러사람들이 제 밭을 찾아오게 되었답니다.
2개월이 지나자 꽃몽오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진딧물도 생겼지만 일일이 손으로 잡았지요.
약을 절대로 치지 않았어요. 근데 1,500평 중에 300평은 한국 최초로 비닐하우스로 재배하였습죠.
비닐하우스 안의 작물이 훨씬 빠르게 열매가 맺기 시작했습니다. 시간되면 자동으로 물 뿌려주고.
3개월이 지나자 홍화씨가 조금씩 벌어지게 되었답니다. 와우! 돈으로 계산하니 꽤 괜찮더군요.
첨엔 회사 직원들도 제가 장화를 신고 농사 짓는 모습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기만 했는데
작물이 커 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만 하였답니다. 그럴즈음 고성 농협에선 저를 홍화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전 이제 농사 지은지가 3개월 째인데 우째 도사님들 앞에서
재잘거린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으나 지도과장이 그건 비밀로 할 것이니 와서 좀
강의를 해 달라는 요정이었습니다. 전 그분의 요청을 거역할 수가 없었지요.
200 여명이 모였더군요. 전 그간에 함양지도소에서 배운거며 도사영감님에게 배운 자료들을 딸딸
외어갔답니다. 1시간 30분만에 제 강의는 끝이 났어요. 질문시간이 되었고 그 질문엔 거의 아는
것들이어서 설명을 잘 해주었답니다. 분필을 놓고 나올려는 차에... 부군수님이 하난만 더 물어보자는 거였어요. "강사님은 농사 경력이 몇년째냐"고 물으시더군요. 아뿔사...
전 잠시 고개를 숙역다가 "네, 군수님! 전 오늘이 딱 3개월째입니다." 와하하하하하~~~~~~~~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였죠. 그러자 지도과장님이 앞에 나오시더니
"여러분!! 이 강사님은 제가 특별히 초대해서 오신 분입니다. 전 이분이 농사경력이 없는 줄 알면서도 제가 모시고 왔죠. 여러분! 지금 앞에 있는 강사님보다 홍화에 대해 잘 아신는 분이계시면 이 앞으로 나와주세요. 우린 하늘만 보고 농사가 잘되면 제탓 안되면 하늘탓으로 돌렸잖습니까?
그러나 이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태풍을 예상하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었고 또 밤낮으로 노력하는 젊은 양반을 보고 제가 탐복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땅을 그리고 하늘만 보고 농사를 짓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 사람처럼 우리도 연구하고 개발해서 타 지방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자 모두가 조용하던군요. 그 이후 고성읍내에 나가면 저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홓화씨를 거두고 5키로 정도를 함양에 사시는 도사영감님께 갔다 드렸습니다.
영감님은 홍화씨를 깨물어 보기도하고 이리저리 살피시더니 제 손을 꼬옥 잡으시고선
"자네가 나를 이겼어! 자네 씨가 더 굵고 질이 더 좋아!"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그 날 야야하고 영감님 내외분이서 펑펑 울었지요. 그 집에서 하룻밤 자고 왔어요.
지금도 그 영감님과 소식이 오가고 있지만 영감님은 자기 땅을 다 줄터이니 같이 살자고 하데요.
아쉬움을 고하고 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답니다. 쓰다보니 제 자랑만 했군요.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어떤 일을 하시던 항상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실이 맺힌다는거에요."
두서 없는 글...이만 줄이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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