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게시판

Conte_사랑 이야기 #1 - 티벳의 금발여인

등록일02-01-13 조회수106 댓글0

~~~ 사랑 이야기 #1 ~~~
    ~ 티벳의 금발여인 ~

제2차 대전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해, 히말라야 산맥의 한 줄기에 자리 잡은 티벳의 한 작은 마을에 아름다운 금발의 젊은 여인이 찾아왔습니다. 그 여인은 그 곳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냈습니다. 사람들은 그 여인에 대하여 무척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이 외진 곳에 저토록 아름다운 백인 여인이 무슨 이유로 왔는지 궁금하였지만, 사람들이 물어도 그저 살며시 웃음 지을 뿐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였고 열심히 가르쳤으며 마을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여인은 마을 앞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강을 찾아가곤 하였습니다. 강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다가 간간히 저 멀리 만년설에 뒤 덮힌 산을 바라보며 긴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여인은 긴 한숨을 내쉬며 숙소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남은 시간이면 어김없이 계곡 강가에 나가서 생각에 잠기는 것이 그 여인의 유일한 일과였습니다. 특이한 것은 그 여인이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를 혹시 강에서 이상한 물체가 발견되면 알려달라고 단단히 부탁을 해 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찾는지 물었지만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그 여인에 대하여 알려진 소문에 의하면 그 여인은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왔는데 집안도 부유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공부를 중단하고는 이 티벳의 작은 마을로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그 여인에 대한 사실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 . . . . . .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여인이 마을에 온 지도 벌써 이십여년이 지났습니다. 젊고 아름다웠던 그 여인도 세월의 흔적을 받아 이제는 조금씩 주름진 중년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강가를 오가는 그 여인의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어느 날, 여인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밖에서 작은 소란이 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고 알려 온 것이었습니다. 여인은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급히 강가로 달려 나갔습니다. 강가에는 빙하가 녹은 물에 떠내려온 한 젊은 20대 백인 청년의 시체가 있었습니다. 여인은 조심스럽게 그 시신으로 다가 갔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시신을 부둥켜 안고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여인의 흐느낌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너무도 깊게 흐느끼어 보는 이로 하여금 차라리 처절한 모습이었습니다.

며칠 뒤 여인은 그 시신을 수습하여 자기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여인이 떠나간 뒤 한참 후에, 여인과 친하게 지내던 주민을 통해 알게 된 그 여인의 사연은 이러 했습니다.

그 시신은 이십여년전 전 히말라야 등반에 참가했다가 사고를 당해 실종된 여인의 약혼자였습니다. 여인은 약혼자가 실종되자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 산골로 들어왔습니다. 여인은 어디선가 전해 듣기를 빙하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조금씩 녹기와 얼기를 반복하면서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으며, 어쩜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시신이 강가로 떠내려 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약혼자의 시신을 거두려고 여기 저기 물어본 끝에 이 곳 마을로 와서 그 긴 세월을 기다린 것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약혼자의 시신을 찾고자 이십여 년이 넘는 그 긴 세월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신을 찾게 되자 고향으로 돌아가서 약혼자를 고이 묻고, 그 곳에서 여전히 불우한 이웃들을 돌보면서 남은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
제가 중학교때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당시 이 글을 읽고는 밤을 못 이룰 정도로 감동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 이야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요인중의 하나, 그것은 기다림 - 그냥 기다림이 아니고 인내가 함께 있는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기약없는 기다림은 고통스럽기 그지 없으나 때때로 그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그래도 희망이란 빛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랜 시간을 그리워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 바로 그것은 사랑의 마음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외추리 381. 매곡길8

Copyright © 퀘렌시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