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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목표 보다는 과정

등록일02-04-30 조회수91 댓글0


3년전...건강에 좋을 것이란 이유로 달리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아침 짧은 시간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한동안은 그렇게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사람이 태어나서 마라톤 한 번 완주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달리기의 목표를 마라톤 완주로 세우고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였습니다.

매일 매일의 달리기에 대하여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여기 저기서 도움말을 얻으며 달리기를 하였읍니다. 그리고, 나 자신의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서 간간히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였읍니다. 5km 대회를 시작으로 10km, 하프마라톤(21.1km) 그리고, 마침내 달리기 시작한지 열 달된 가을에  처음으로 풀 코스 마라톤(42.195km)에 참가 신청을 하였읍니다.

마침내 대회를 약 1달여 앞으로 왔을 때 나의 모든 일상은 마라톤이 중심이 되었읍니다. 컨디션 조절, 식이요법, 매일의 연습 등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회를 며칠 앞 둔 시점에 이르러서는  마치 출정을 앞두고 있는 전사처럼 비장한 마음마저도 들었습니다.


출발총성과 함께 스타트라인을 뛰어나갔읍니다. 마라톤이란 경기의 특성상, 절대로 초반에 서두르면 안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경기장의 흥분에 들뜨는 심정을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속도를 조절하며 발걸음을 옮겼읍니다. 그러나, 생애 처음으로 달리는 마라톤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었읍니다. 마라톤의 벽, 인간의 지구력이 갖는 한계인 35km지점 부터는 정말 걸음을 옮기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읍니다. 포기하는 사람들을 태우는 회수차량이 여러 차례 지나 갑니다. 허기와 갈증과 무거워진 다리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읍니다. 마음과 몸은 전혀 별개였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육체의 고통보다도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갈등이었습니다. 점차로 더해 오는 육체의 괴로움은 마음속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 했습니다.
'아아, 정말 힘들다. 아직 내 몸이 길들여지지 않은 거야. 연습이 더 필요했어....‘
‘그렇다면. . . , 여기서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상념들은 머릿속마저 혼란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어쨋든 육체적인 고통은 초보 마라토너로서는 당연한 것이었읍니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겪고 있는 이 심적 갈등도 당연한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회의가 들었읍니다. 차라리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면 경기를 포기한 것이 변명이라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는 내가 정신적으로 패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마침내 생각하기를 차라리 달리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질지언정 내 스스로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겠다고 다짐하였읍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계속 나아갔습니다. 이미 머릿속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온 몸의 쇠진한 기력을 잊기에는 그게 더 나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운동장에 들어서고 트랙을 돌아 결승선에 들어섰습니다. 마라톤을 완주하였읍니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천천히 운동장을 걸으며 다른 주자들을 보았읍니다. 벌써 경기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직도 결승선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있었읍니다. 그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저는 집으로 돌아왔읍니다.


대회가 끝난 후 지친 몸을 회복하면서 나름대로 마라톤의 경기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읍니다. 과연 마라톤 경기의 의미는 무었일까. 나의 경기기록과 그에 따라 매겨진 순위는 보잘 것 없는 것이어서 결코 그런 것이 의미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마침내 제가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았읍니다.
"진정한 의미는 목표가 아니라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다.“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위해서 일년 여 동안 흘려왔던 땀과 노력이 바로 제게 는 가장 소중한 의미인 것이었습니다. 비록 순위로는 남들보다 못하지만 그러나, 스스로가 세운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나아간 제 자신이 대견스러웠읍니다. 자신이 세운 목표, 자신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진지한 노력에 바로 저의 마라톤 완주가 지니는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되었읍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하여 비록 힘들었던 시간이 있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였습니다.

“목표에 이르는 동안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큰 상을 받는 모습,
승리의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승자의 모습,
우수한 성적으로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환한 얼굴...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 감동과 함께 그가 이룩한 것에 대하여 존경과 축하를 보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감동하고 존경해야 할 것은 지금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그 모습이 아니라 그들이 여기에 이르기 까지 쏟은 노력과 인내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인을 존경하고 챔피언을 우러러 보고, 또는 부자가 되기를 동경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비슷하게 되고 싶어하며 그들이 이룩한 것에 부러움을 느끼고 그것을 얻고자 합니다. 그러나, 좀처럼 쉽게 그들 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고도 명료합니다. 사람들은 위인이나 승자가 그 자리에 오기까지 걸어온 힘든 과정을 간과합니다. 정말로 우리가 위인이나 챔피언 혹은 부자가 되고 싶다면 그들의 현재가 아닌 그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결코 평범하거나 순탄한 길이 아닙니다. 승자들은 대개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었다고들 말합니다. 결국 자신을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그 과정을 지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바로 “자신의 내부”에 있으며 이는 바로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에 단전호흡을 배우러 다니면서 들은 말이 기억납니다.

“자신에게서 구하라”

내게 있는 문제의 본질은 자신에게서 기인하고 내재한 것이며, 이러한 문제를 더 키우고 지속하는 것도 자신이라고 입니다. 흩어지는 마음의 원인도 자신에게 있으며, 또한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알 수 있읍니다.

지난 날에 세웠던 수 많은 다짐과 계획과 약속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지나온 삶의 시간 어느 한 구석에 구겨진 채로 방치되어 있을 것입니다. 세월의 꺽임마다 새로운 다짐과 계획들은 세워 보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버려졌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시 명상에 잠기면서 돌아보는 지난 세월의 얼룩이 부끄럽습니다.
초여름을 준비하는 비가 걷힌 청량한 대기가 잠시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방치된 다짐과 계획과 약속들을 찾아서 먼지를 털어내고 마음속에 간직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겠습니다.
비록 다다르는 시간이 언제가 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곳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고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삶은 목표가 아닌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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