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정이의 mind control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이의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다.
이런..정말 기가막힌다.
이정도면 반에서 중간이나 가려나...그래도 초등학교땐 일등도 해본 아인데...
평소에 나는 느리단 소릴 참 자주 듣는다.그런데 이럴땐 정말 민첩한 내 행동에 나도 놀란다.
내 손에 어느새 들려진 '효자손'우리집에서 유일한 매체.(참고로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소풍가 사온 기념품. 용도는 등 긁는데 사용하는 것임)
잠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말하자면 아들이 그 효자손이란 기념품을 사들고 왔을때만 해도
남편과 나는 이구동성으로, "와!우리 아들 정말 한 인물 되겠다." 정말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했다.
엄마 아빠의 행복한 반응에 놀랐는지 아들 역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재인아 이건 이렇게 하는거야."눈만 껌뻑이며 제 오빠를 바라보는 딸아이의 등을 벅벅 긁어주었다.
(그때 딸아인 이것이 아픈거구나 하고 이미 용도의 쓰임새를 파악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아파 하며 찡그리는 딸아이한테 우리도 자신있게 말했다.
"재인이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오빠처럼만 되거라."
그 뒤 한 일년이 지난후 쯤, 소풍가는 제 오빠에게 우리 딸아이가 뭔가를 간절히
부탁한다.."오빠,소풍가서 때리는거 사오지마잉..."
몇대 맞고 모처럼 책 잡았던 아인 어느새 졸립다고 잠들어 있고,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고
핏대를 세우던 남편도 잠들었다. 또 한 오빠의 불동이 제게로 떨어질까 전전긍긍 하며
종종 걸음으로 열심히 제 방만 치우던 딸아이 역시도 잠이 들었다.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T V를 켰다.
T V속에 주인공이 엉엉운다.
7살 밖에 안되는 딸아이가 백혈병에 걸려서 죽게됐다나 뭐라나..나도 같이 따라운다.
그리곤 그새 내 머리속엔 만감이 교차한다.
'맞아 건강하고 바르게만 자라면 되는거야. 사람이 돼야지 공부가 무슨 소용있어. 윗 자리에서 곳곳하게 머리 세운체 둥그런 머리 꼭대기 훈장만 바라보고 판단하게 하느니 머리 낮추어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게 하는거야...'
나는 급한 마음에 바로 일어서 아이의 방을 열어봤다.
잠든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제깐에도 마음이 안 폈했는지 찡그린 표정으로 잠들어 있다.
그 옆에서 내가 가끔 해오던 행동.."필요할때만 찾는 하나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저 우리 아이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게 하여 주시옵소서. 제 자신의 욕심보다는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 역시도 내일부턴 저희 아이의 마음속에 엄마의 욕심을 채우지 않겠나이다. 교회도 안 나가면서 부탁만 드려 정말 죄송하나이다 아멘......"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잠시의 기도 때문인지 마음에 평온이 온다.
아침에 식탁에서 아이가 말한다.
"엄마 저 다음주 토요일 날 친구랑 약속있어요.늦을거 같에요."
"뭐? 너 도대체 학기말 고사가 얼마나 남았니? 네가 정신이 있는애야 없는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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