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어여뻤던 효선이와 미순이를 아시나요 [퍼온 글]
너무도 어여뻤던 효선이와 미순이를 아시나요 [퍼온 글]
그래 그날 이었어요.
선거가 월드컵에 묻히고, 모두 승리감에 떨던 날.
그날 우리의 효선이과 미선이가 갔어요. 너무도 이쁜 열다섯 나이의 우리 딸들이 그것도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형태로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짓이겨져 그렇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친구들의 절규대로 죽음을 알기엔 너무 어린 나이에 그렇게 갔습니다. 월드컵에 너무도 들떠 있어서 아무도 그녀들이 왜 그렇게 갑작스런 사고를 당했는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 그 순간에 곱디고운 우리 딸들은 그렇게 조용하게 한줌 가루로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처참하여 현장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는 기자들, 근처 밭에서 뛰어온 이모부조차 자기 조카인지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두명이 포개져 길옆으로 엎어져 있는 처참한 시신. 무게가 무려 50톤이나 나가는 장갑차가 덮치고 지나갔다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선거날과 다음날이 나란히 생일인 친구들이 모여 생일 축하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죠. 이웃마을 친구한테 가는 길이었어요. 얼마나 즐겁게 재잘거리며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있었을까요.
그런데 갑자기 훈련중인 장갑차가, 그것도 도로폭보다도 훨씬 더 넓은 장갑차가 길 가장 자리를 평화로이 걷던 아이들을 쓰러뜨리고 짓밟고 지나간 것입니다.
책임부대인 미군 2사단은 월드컵 기간중의 반미감정 악화를 우려해 눈치빠르게 유감을 표시하고 유족을 설득하여 장례를 치루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장례가 끝나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말을 뒤집고는 간담회도 무산시키고 사실규명이나 책임자처벌, 보상, 재발방지 약속 등 일체 모르쇠 합니다.
힘없고 아는 거 없는 순박한 시골 부모님들, 이땅의 백성들을 너무도 무시하는 거지요. 그들에게 이나라 백성들이야 길위에 구르는 돌맹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요. 돌맹이을 깔아 뭉갰는데 무슨 책임을 지겠습니가? 그나마 말뿐인 사과발언 마저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아, 언제까지 이 땅에 판을 치고 다니게 할까요? 사람 목숨보다 작전이 중요하고 장갑차 값이 꽃다운 아이들의 목숨보다 더 귀한 그들에게 우리가 무슨 요구를 할 수 있을까요?
목이 메이다가도 다시 분을 삭여봅니다. 더 이상 묵과하지 않으리라. 용서하지도 않으리라. 그리고 지켜보리라. 이 땅을 작전지로 생각하고, 양민을 작전대상으로 삼는 그들의 야만을. 야만끝에 오는 그 결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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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section-014005000/2002/06/0140050002002061410000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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