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기행(2)
공기가 좋은 곳에선 비를 맞아도 상쾌할거란 느낌에 우산을 굳이 바쳐들 생각을 않고 식당으로 들어서니 역시 인심후한
사람들의 걸죽한 인사가 마음을 편케한다.
2만원짜리 굴비정식 5인분!
사근한 아줌마들이 상에 반찬을 잔뜩 포개다시피하여 날라오는데 옆집누이같다.
이마에 송글한 땀이 맺혀있는 중년의 아줌마가 잇몸이
드러나는 환한 웃음으로 우릴 반겨 허기진 배를 달래준다.
젓갈,게장,갈치볶음,홍어무침과 시큼상큼한 홍어회.
이런것들이 침을 한가득 모이게한다.
애들은 뭣부터 먹을까 젓가락을 빨며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우리가 먹는것을 맛을 물어가며 서서히 접근한다.
순식간에 아줌마가 몇번왔다가더니 상이 가득 넘쳐나서 먹는걸 고민하는 지경에 까지 다다를 정도다.
상이 넘친다.
후한 음식인심을 고마워하며 즐기는 순간,먹긴 잘먹겠으나
이렇게 장사해서 남겠나,,하는 걱정까지 들게된다.
아줌마는 연신 이건 이렇게 먹구요,이건 뭔데요 이지역에서만
잡히는 거구요,,,,,등등 설명을 자세하게 곁들여해준다.
그냥 먹었다면 그저 맛있다고 생각하고 말았을것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먹으니 포식의 즐거움을 넘어 행복감이 넘쳐난다.
참고로 일번지식당에 나온 반찬은 30여가지를 넘는다.
꽃게찜,우럭회,육회,장어조림,홍어무침,홍어회,조객구,양파김치,갈비찜,갈치볶음,병어찜,왕새우찜,갈치구이,
버섯무침,소고기장조림,그외 김치류,나물무침류,젓갈류,,,그리고 맨나중엔 밥과 생선매운탕.
.......<관련사진은 앨범에>
그리고 굴비는 안나왔냐구요?
당연히 나왔죠.
평소에 생선을 잘먹지않는 여식들도 굴비맛은 알아보더라구요.
편무암처럼 쪼개지고 흩트러진 고깃살을 일일이 젓가락을
구석구석 파대가며 다주워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아참, 그리고 여러분들 자린고비 이야기 아시죠?
전 내일생 처음으로 여기서 자린고비를 먹어봤습니다.
아시겠지만 자린고비는 구두쇠선비에 관한 이야깁니다만,소금에 아주 푹절인 깡마른 굴비를 뜻합니다.
이것이 나왔는데 찜을 했지만 말라서 뜯어먹기도 불편하구 해서 몇번 먹다 말았는데 주인장이 들어와서는
이것만은 다먹고가라고 그럽디다.
이거 한마리에 4만원이나 하는 비싼거라고 어디가서 먹어볼수있겠냐며 강제하더라구요.
다먹을수 없음이 안타까웠지만 주인장은 일번지식당이
전남도 지정 음식명가9곳중 하나라고 자랑한다.
특히 전라남도 북부지방에선 일번지가 유일하다고 첨언.
나이가 엇비슷하다싶어 나이를 물어보니 그도 역시 58개띠..하하하.웃을수밖에.
배도 부르고 여행피로가 슬슬 몰려오지만 밖엔 낙수물떨어져
땅을 튀기는 소리가 비릿한 항구의 남도 분위기와 절로 우러나온다.
어디선가 육자배기 소리가 들릴듯한 오후.
반주로 취기까지 가볍게 올라 잠시 눕고도 싶었지만 서늘한 기온과
여행지의 호기심으로 다시 일어나 영광원자력발전소와 가마미해수욕장의 을씨년스런 비오는날의 풍경속으로 들어가본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우산받쳐 걸어보며 잠시 감상에 젖어본다.
아직도 부른배와 굴비냄새를 한아름 가득안고 순례자처럼 다시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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