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 이야기(7)
꿈결인지 잠결인지, 문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책상에 업드려 나도 모르게 졸았는 모양이다.
"현석학생!! 현석학생!!...."
아 이밤에 스님이 왠일이실까?
문을 열어보니 당황한 스님이 나의 팔을 붙들고 밖으로 끌어내린다.
" 은희가, 은희가 ..."
말을 더 잇지 못하는 스님을 따라 얼른 안채 은희의 방으로 가 보았다.
얼마전에 들어온 희미한 백열등 아래 은희는 축 늘어져 누워 있다.
스님의 손짓으로 방으로 들어와 은희를 살펴 보았다.
머리를 손으로 짚어보니 열이 너무 심하다.
아마 열로 의식을 잃었는것 같다.
" 병원으로 가야 될것 같은데요"
" 그렇게 해야 되겠지?"
스님의 얼굴엔 걱정스러움이 가득하다.
깊은밤, 전화도 없는 산중에 환자가 생기다니...
차라도 부를려면 저아래 직지사 큰절 까지 내려 가야 되는데...
여스님 두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공양을 짓는 수련하는 여스님이
난감해 하고 있다.
" 스님?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 현석 학생이? "
스님의 얼굴엔 잠시 안도의 빛이 스치는것 같다.
" 빨리 갑시다. 상태가 심한것 같은데요..."
은희를 들쳐 업었다.
뜨거운 은희의 몸이 내등에 밀착되어 무게를 한층 가한다.
낮에...
암자뜰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칡넝쿨에 걸렸을때,끌어내어 업었을 때 보다 또 다른 느낌들...
모르긴 해도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틀림없이 큰 충격이 갔을것 같다.
스님의 손전등 안내를 받으며 나는 은희를 업고 밤 깊은 산중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 오고 있었다.
도데체
이여자는 나와 무슨 인연 이길래 여기까지와서, 밤 중에 나를 놀라게 하는것일까?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은 그럼 있단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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