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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시

등록일02-11-30 조회수83 댓글0

작은아이의 기침소리에 갑자기 부지런한 남편이 나도몰래 얼려놓았던연시가 생각나서
몇개를 꺼내놓았다.
비타민을 조금이라도 더 보충해줌 나을까해서...
꽁꽁언 연시가 녹기를 기다리다
꺼내놓은걸 잊었는데 어느새 그걸 안 남편이 반쯤녹은 연시의
껍질을 까서 내가 한줌베어먹기를 기다리며 씨~익 웃고있다.
"자기야 이거 다 안녹아서 못먹어. 그리고 이거 아이줄거야."
남편은 내 말은 듣지도 않았다는듯 그대로 내 입앞에 들이밀고만있다.
난 시릴것이 겁이나 먹지않으려다 남편의 성의가 고마워서 조금만 베어먹었다.
순간,
이게 정말 연시인가 싶을정도의 느낌...
연시라기보다 아이스크림맛같고 그 시림은 뭐라표현할수없는 기분좋은 느낌이었다.
내게 한입먹기를 권한 남편은 그 맛의 느낌을 이야기하길 기다리고 서 있었다.
아무말없이 남편손에  쥐어져있는 연시를 살포시 남편입으로 가져다넣어주었다.
그리곤 우린 말이 필요없었다.
남편은 그맛을 이미알고 얼려두었으니까.
다 먹자는 남편의 말의 사랑이 가득담아  눈을 흘기며 아이걸 챙겨놓았다.
그리고 우린 어린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기시작했다.

어린시절 가을이 끝나고 찬바람이 뒷머리부터 날아오기시작하면
할머니는 연시를 바구니가득 담아서 벼를 넣어두는 두지(다른명칭은 모르겠음)에 넣어두셨다.
그 연시는 제사에도쓰고 설날도 쓰야하고 특별한 간식이 없던시절이라 할머니가 금쪽같이
여기시는 손자의 간식으로 주어지기도하는것이었다.
할머니는 손녀들을 위해선 절대 꺼내시진 않으셨다.
언니와 난 공부를 하다 밤 12시즈음 할머니가 깊이 잠드신걸 확인하고 또하곤
몰래 고양이발자욱소리보다 작은소리를내며 두지로가서 숨조차쉬기를 두려워하며
두지문을 힘들게두세개를 꺼내 우리방으로와서 문까지걸고 무슨맛인지 느낄사이도없이
후딱 먹어치웠다.
그땐 몰래먹는다는 조급함때문에 무슨맛인지 알지못했다.
아마 그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할머니가 귀히 여기시고 남동생만 특권으로 먹을수있는
것이었기에 그 시샘에 그렇게 맛나게 먹었던거같다.

오늘 남편에 내민 연시속에서 몇십년이 지나서야 반쯤언 연시의맛을 알았다.
그때 그 한밤중에 몰래 먹던 연시가 이렇게 반쯤 얼어있었던것 같았다.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제삿날이나 되어야 기억되는 할머니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남동생을 귀히 안여긴다고 꾸중하시던 그 칼칼한음성까지도...
더불어 쇼파에 기대어 아무생각없이 티브앞에서 낚시프로에 빠져있는
남편의 옆모습에 더 없는 사랑을 느껴본다.
내 소중한사람....







211.229.86.213 프리티: 저두요, 연시 참 좋아해요...얼려서 먹어봐야지...연시에 대한 추억이 많았네요...후훗.  [11/3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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