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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원의 의미

등록일03-04-25 조회수87 댓글0

약 한달전에 어디를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갔다가 왠 할머니 한분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분이 사람
들에게 구걸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이는 최소한 70세이상으로 보였고 지팡이를 짚고
굽어진 허리를 지탱하고 계셨는데 너무 불쌍하다게
보였다.
할머니- 나..빵 하나 사먹게 500원만 줘...
어느틈엔가 나에게 다가와 할머니는 힘없는 목소리로 단돈
500원을 구걸 했다.
나- 돈이 없는데요..
나의 지갑과 주머니엔 지폐와 꽤 많은 동전이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난 돈이 없다고 말했다.
나의 대답을 들은 할머니는 다시 지팡이에 의지한채 다른사람
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구걸을 하셨는데 역시나 거절을 당하셨다.
나- 괜히..돈 없다고 했나..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괜히 마음이 불편하고 그랬다.
- 쩝...잊자 잊어...
그날 하루 할머니의 모습과 음성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머리는 잊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가슴은 잊는걸 허락하지 않았다.

며칠 후.
그날도 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역시나 그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길 구석에 앉아서 빵 하나를 드시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나- 자식들이 없나..집에가서 드시지...늙어서...에고..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내 옆에 서 계시던 아줌마 두
분이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보더니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아줌마1- 저 할머니..벌써 한달째야..
아줌마2- 자식들은 대체 뭐하는건지..
아줌마1- 들리는 말로는 혼자 산다던데..자식들이 버렸다나..
아줌마2- 그런 망할넘의 자식들이 있나..부모를 버려?
아줌마1- 집도 없이..산데...매일 밖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구걸하면서.
그런데 구걸을 해도 한 사람에게 500원 이상 받지 않는데..
빵 하나 사먹을 돈이면 된다나...
아줌마2- 노인네가..뭘 따지는지..그나저나 불쌍하네..
정부에선 저런 할머니 안 돕고 뭐하는지...
아줌마들의 대화가 내 귀에도 들렸고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매일 버스 정류장에 나와 구걸을 하며 빵으로만 연명을 한다는
이야기는...실로 충격이었다.
그것도 약하고 나이도 많이 드신 할머니인데..
밥도 아닌 빵으로....
나- 휴~~
괜히 한숨을 쉬며 구석에서 빵을 드시고 계시는 할머니를 보았다.
그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불쌍해 보였다.
나- ....................................
빵을 다 드시던 할머니는 다시 사람들에게 가서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 나 목이 막혀서 그런데..우유 좀 사먹게 돈 500원만 줘...
한 사람에게 500원을 받은 할머니는 다시 지팡이에 의지한채 인근
수퍼로 걸어가셨다.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 작고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며칠 후.
그 후로 버스 정류장을 지나칠때마다 할머니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항상 구걸하시고 그 돈으로 빵을 사들고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먹던
모습들..매일 할머니는 그런 생활을 했다.
그날도 버스정류장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팔던 튀김이
너무나 맛있게 보였다.
그래서 주머니를 뒤져 보았는데 동전이 없었다.
물론 지갑에 2만원이 있었지만 만원짜리를 깨기 싫었던 것이다.
나- 아~ 동전이 없네..
무심코 혼자 중얼거렸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오신 그 할머니가
나를 톡톡 쳤다.
한 손에는 먹고 계시던 빵 조각을 또 한 손에는 백원짜리 2개를
들고 계셨다.
나- 저...돈 없는데요..
순간 나에게 구걸을 하신거라 생각하고 나도 모르게 돈이 없다는
소리부터 튀어나왔다.
할머니- 이거 가져...동전 없다며..
할머니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백원짜리 동전 2개를 나에게 주시고
등을 돌려 빵을 드시며 가셨다.
할머니가 주신 동전 2개를 받은 나는 순간 내 자신이 극도로 부끄
러워지며 마음이 울컥했었다.

나- .............................

말없니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던 나는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낸 후
할머니에게 달려가 손에 쥐어 들이고 바로 튀었다.
할머니- 나 500원만 받어..이거 안 받어..가져가~!
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멈출 수가 없었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할머니를 볼 수 없었기에..
나- 그 돈으로 밥 한끼라도 사 먹으세요..

빵 그만 드시고...
달려가면서 혼자 중얼 거렸다.
이제 20살..
아직 삶을 많이 살진 않았지만...벌써부터 느낀다.
커갈수록 사람들은 이해 관계속에 얽혀 서로를 불신한다는 것을..
그만큼 정과 사랑이 넘쳐야 할 사회는 삭막이라는 것 도리어 넘쳐난다.
그날 할머니에게 난 200원을 받았다.
허나 그 동전 속에는 정과 사랑이 들어 있었다.
난 200원을 받고 할머니에게 2만원을 드렸지만..
전혀 그 돈이 아깝지가 않았다.
때론 200원이 2만원보다 더욱 큰 가치를 발휘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61.79.37.209 겨울바다 : 슬픈 얘기 이네요 제 가슴이 찡해져 오는건 왜 일까요 ? 갑자기 성경 예기사 생각나네요 200원 이지만 할머니에겐 전재산이라는것이  [04/28-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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