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게시판

발자욱 찍어야한다는 엄명이 있어서...궁시렁궁시렁

등록일11-08-03 조회수132 댓글0

올해는 유난히 물소식을 많이 접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사는 곳엔 비가 별로 오질 않아서 별로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 소식이었다.
누구나 자기 경험의 세계가 아닌 것은 꿈속의 일처럼 느껴지는가보다.

그런데 경험한 일도 때로는 꿈처럼 아련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번 여행길이 그랬다.
환타지 소설에서 다른 세계로 들어갈 때는 꼭 거쳐야할 그 무엇이 있듯이
나도 일상 밖의 어떤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선 거쳐야할 난관들이 몇 개 있었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기대에 차서 호기롭게 나선 길...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꽉 막힌 상황에서
이건 뭐 피서를 가는 건지 아니면
일상이 너무 편해서 쌈닭 호전성 기르기 위해 고추장 먹이듯
짜증 낚으러 가는 길인지 아리송한 자동차 행렬을 뚫어야 했다.

대구 팔공산 나들목을 빠져나가자 바로 불로동으로 연결...
언제 그렇게 잘 뚫어놓았는지.. 예전 같으면 동대구 나들목을 빠져나와 동구를 관통해야만 불로동으로 진입을 할 수 있었는데...
정말 눈알 돌아가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잘 닦인 도로를 따라 네비에 의지해서 가는 길이었는데... 길 옆 작은 입구로 들어간 곳은 바로 나를 현실에서 떼어놓았다.
그 장소의 환상성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그보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 그런게 아니었을까...
모두들 현실에 굳게 발을 디디고 사는 사람들이었음에도 일상을 떠난 사람들의 만남이란 것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기대했던 대로 상큼발랄 그녀와 마음씀이 넉넉한 그녀...그리고 아무에게나 보이지는 않지만 보는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보이는 그 남자들의 배려가 넉넉히 펼쳐진 그 장소..
때때로 뿌려주는 빗줄기 덕분에 누릴 수 있었던 서늘한 공기와 향기로운 나무와 풀향기...
천진하게 뛰어놀다 창졸지간 잡혀서 우리 뱃속을 채워준 닭들의 희생에 묵념~~
밤하늘에 울려퍼진 여러 가지 빛깔의 아름다운 하모니.. 주고 받던 진지한 대화와 농담과 위트..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내어놓고 나눔을 펼치던 곳..

무진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길에서 만난 다섯 번의 폭우..
와이퍼를 최대한 돌려도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은 경주 휴게소에서 생애 처음으로 길바닥에서 푹~~자버린 기억마저도 이젠 어제의 것이 되었다.

오늘... 일상을 벗어난 댓가를 치르느라 무진장 바쁜 하루를 보내긴 했지만 사람에게도 향기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 지불한 정당한 댓가라 여겨져서 매우 즐거운 하루였다.


경희의 일기 끝~

후기: 맨날천날 축사나 쓴다고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이 틀에 박인 것들... 그래도 나의 어느 곳에 처박혀서 천대 받고 겨우 명줄 이어가는 감성 하나라도 있을까 해서 이리 저리 찾다가...일단 숙제는 하고....하는 심정으로...메마르기 이를데 없는 모임 후기를...쩝~~
읽으시느라 고생하신 분들께 매우 죄송~~~~
그래도 방장님의 엄명을 지켜야겠기에...이렇게 마른 막대기 같이 수분 전혀 없는...글을...
방장님~~~~~~~~~나 잘했지? 히힛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외추리 381. 매곡길8

Copyright © 퀘렌시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