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생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을하늘 답게 뭉개구름이 두둥실거린다
먼 오도리인가 머신가를 묵으러 가자고 조르는 할무니를 태우고
어디로 갈랑가?
하고 물었더니 어디서 판지도 모르고 걍 가자는것이라
아따 할망그먼 우리 통일할무니 한테 한번 가 볼까?
이렇게 시작하여 영광으로 운전대를 돌려 남진의 물어물어를
몇번 하는동안에 문제의 통일할무니 댁을 방문하였다
할무니께서는 지난 태풍의 상처를 치료 하느라고 정신이 없으시다가
우릴 반기신다
50년 세월을 자식하나 없이 시엄니 모시고 집나간 남편을
기둘리는 노인답지 않게 곱게 빗질한 머리하며 고운 피부하며...
저 할무니 젊어서는 꾀나 했겄다 하는 느낌으로
금방 알수 있었다
할무니를 모시고 가까운 식당으로 가서리 점심을 먹으면서
골고루 질문을 던저보았다
할무니 할부지가 밉지요? 할무니는 이케 고생하면서 살고있는대
북애서 마눌을 얻어 살고있다니...
하고 질문을 던지니
아따 고런소리마러 거그는 지맘대로 장가도 못가고 나라에서 시킨대로
결혼하는것이래...
그리고 자슥도 없는디 그 재혼자가 아들이랑 나씅게로 대를 잇잖어
하시는 말씀에 50년 가시밭길을 살아가시는 동안에 다듬어짐을 느낀다
할무니 쩌그 그럼 둘이 있을 때 한번 보듬기나 해보셧나요?
하고 물으니
그런 마음은 굴뚝 가튼디 사실 기자들이 자꾸 들랑거리고 여기서 해간
옷입혀보고 자식들 이름 물어보고 하다봉게 시간 다 가불드구만
그래도 그양반이 여자꼬시서 월북 안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여자사귀어서 북으로 갔냐고 물어봤더니 그것은 아니라고 해서
기분이 좀 풀리더구만 하시는 말씀에는 여자 특유의 어떤질투심이
보이는듯하였다
할무니 아들도 없고 남편도 없는디 그럼 재가를 하시지 왜 걍 사셧나요?
하고 물어보앗더니
꽃방석 깔아주어도 싫은 인생길을 가시방석 깔고 앙거서 내가 먼 팔짜를
고치것으며 고친다 한들 나한태 딸린 시엄니는 우짜고 ...
하시면서 시엄니를 너무 사랑했기에 재가는 생각지도 않으셧다고
하시면서 요새 시상은 애들도 버리고 가는거 보면
참 독한여자들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구만..
세상이 어찌 될라고...
하시는 할무니 모습속에 5천년을 이어온 이시대 진정한 여인상을 보는둣
하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니라 따라간 할망도 동감한 내용일것이다
사실 말이야 바로 말이제
요즘 티비의 사건속에 인물들을 보면은 공통점이
불우한 가정환경이 기본아닌가 하는 생각에 할머니의 살아오신모습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지는것은 왠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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